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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요? “잘 해서가 아니라, 정권 심판론 덕분”

입력 2024.04.21. 20:15
조국혁신당 선전, 민주당의 뼈아픈 실책
‘대권’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 ‘문제’
뚜렷한 정치색 없었던 3지대는 ‘몰락’
‘초라한 성적표’ 이낙연, 정치생명 위기
‘옥중출마’ 송영길 ‘선전’…향후 기대감
지난 15일 광주 북구 중흥동 SRB미디어그룹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에서 4·10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무등일보 정치부 기자들과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기자들이 ‘정치톡’대담을 하고 있다

치열했던 22대 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일당독점 체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불면서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이 18석 전석을 석권했다. 이런 가운데도 일부 지역에서 국민의힘과 소나무당, 새로운미래 후보들이 선전을 펼쳤다.무등일보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정치 담당 기자들은 지난 15일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에서 이번 총선 이슈와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기자 이름 대신 필명을 사용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선거 당선자들이 1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민주묘지를 벗어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이번 총선을 민주당 압승으로 볼 수 있나요? 지역에선 민주당 심판론이 강했는데.

▲소중한 한 표(이하 소) = 범야권이 200석을 넘겨 탄핵 저지선을 뚫었다면 여당 압살로 볼 수 있겠지만, 2% 부족한 결과로 민주당 압승이라는 표현이 맞는 듯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반 윤석열, 반 국민의힘’ 표심이 훨씬 컸습니다. 지역에서는 민주당 심판론이 조국혁신당을 매개 삼아 발현됐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카드값줘체리(이하 카) = 제 생각에도 민주당 압승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의 특이점은 비례정당 득표에서 조국혁신당이 월등히 앞섰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지역구는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찍었지만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조국 혁신당을 찍는다’는 호남 민심을 대변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과유불급(이하 과) = 저는 교차투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이 광주·전남 18석 모두 석권했으나, 비례대표 투표는 역전됐습니다. 광주는 조국혁신당이 47.72%, 더불어민주연합이 36.26%이고, 전남도 조국혁신당이 43.97%, 더불어민주연합이 39.88%를 얻었습니다. 정권심판을 위한 전략적 교차투표라고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상당수가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회초리를 든 것입니다.

▲사과맛사과(이하 사) = 저는 민주당 압승의 배경을 들여다봤습니다. 호남에서는 지난 대선과 지선을 지나면서 보수정당에 ‘기회’를 줬지만, 보수정부와 여당은 말로만 ‘서진정책’을 외쳤을뿐 실질적으로 호남에 해준 건 없이 잼버리 사태나 정율성 논란, 한전 출연금 삭감 등 인사와 정책 모든 면에서 ‘호남 홀대’를 저지르며 자멸을 했습니다.?

▲모르는개산책(이하 모) = 저는 ‘압승’이란 표현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단독과반을 차지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지 않을까요?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도 8석 모두를 차지했지만 득표율을 확연히 감소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계속되는 공천 잡음과 당 대표 지키기에 혈안이 된 모습에 멈출 줄 모르는 당정의 헛발질에도 다소 힘든 선거를 치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총선 후 첫 지역 방문지로 호남을 선택했다. 사진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광주 동구 충장로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조국 대표./ 뉴시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카 = 이번 총선 교차 투표를 분석해보면 그동안 호남에서 민주당의 역할에 유권자들이 의문을 품은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의 반복되는 실책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민주당이 지역에 해준 것 없이 받아가기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조국혁신당이라는 원내 3당을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의 오만과 자만은 호남의 또 다른 대안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선거였다고 생각됩니다.

▲과 = 저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에 180석에 이르는 거대 야당 구조를 만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정권 견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했고, 이 때문에 검찰 개혁의 선명성을 내세운 조국혁신당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였습니다.

▲사 = 지난 2016년 총선을 보면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호남은 민주당을 견제할 대안 정당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어차피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대안 정당과 후보가 지역구로 출마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례에서만큼은 대안 정당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민심이 조국혁신당에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모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역에서 민주당에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안겼지만 정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묶여 견제 기능도 상실한 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의 민주당 심판론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불만과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논란이 지역에서도 나타나면서 일부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소 = 저는 정권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몰표를 주기는 하지만 미덥잖고, 능력도, 존재감도 떨어지는 만큼 응원하는 구단은 그대로 유지하되 선수는 교체해야겠다는 대중의 보편화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넘도록 거대 야당이 ‘검찰 개혁’에 분명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조국혁신당을 검찰 개혁의 저격수로 기용하고픈 심리가 파고들면서 ‘지민비조’, ‘비조지민’이라는 호남 유권자들 특유의 전략적 선택이 완성된 것이죠.


-제3지대 몰락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

▲사 = 정치 양극화의 결과가 3지대의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기대를 모았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인물을 중심으로 한 비전을 보여주기보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의 완화제로서 포지션을 잡은 것도 결국은 샌드위치 신세를 자초했죠.

▲모 = 저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습니다. 즉, 정권 심판이냐 아니냐라는 양자택일의 상황만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 심판과 함께 이재명 심판의 전략을 내세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3지대에서 당 자체의 색채라는 걸 찾아볼 수 없었다는 이유도 몰락의 원인이 아닐까요?

▲소 = 저는 타이밍이라기보다 스스로 자멸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미래는 정권심판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내부 총질에만 매몰돼 방향성을 잃었고, 개혁신당은 기본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물과 기름으로 여겨졌다고 봅니다. 그나마 진보당이 지역 곳곳에서 두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해 정통 진보진영의 체면을 살렸죠.

▲카 = 저도 자멸이라는 부분에서 같은 생각입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선명한 본인들만의 정치색이 보이지 않았죠. 둘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싫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오히려 정당의 색채를 흐리게 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치색으로는 유권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기 어려웠다고 봅니다.

▲과 = 저는 총선 프레임이 거대 양당 구조로 짜여지면서 3지대가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선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선거 초반만 해도 거대 양당 체제의 혐오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3지대 정당의 등장을 바라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3지대 정당들이 이슈 선점에 실패해 몰락을 자초했죠.


-이번 총선은 야당에서 조국과 이재명이라는 대권주자를 만들었습니다. 누가 더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 = 사법리스크만 놓고 본다면 이재명 대표가 조금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요? 조국 대표의 경우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만큼 형을 피하기 어렵고,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도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소 = 저도 둘 다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조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사면 복권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겠으나 이런 시나리오가 현 정권에서 현실화될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아직 야권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대항마가 있어 다음 대선이 기대됩니다.

▲카 = 저도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라는 것에는 두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자칫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 2명이 모두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대권 주자 없는 원내1당으로 전락,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야권에서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과 = 이번 주제는 ‘소중한 한 표’님과 ‘카드값줘체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도 두 정치인 모두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가 차기 대선 주자로 가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권 주자로서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고, 조 대표 또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 자체가 상실되기 때문이죠.

▲사 = 저는 ‘모르는개산책’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조금 더 앞서보입니다. 이 대표는 거대 야당 대표로서 방어가 가능한 반면, 조 대표는 2심 결과에서 나타났듯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이죠.


-광산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시민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향후 정치 행보 가능성에 대해 전망해 본다면.

▲소 = 이 대표가 광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배신의 프레임’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친이낙연계인 이개호·이병훈 의원 등이 등을 돌리며 정계 은퇴까지 요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이 대표의 정치적 사형선고라고 생각합니다.

▲카 = 저는 이 대표가 이제 더 이상 ‘대권 주자’로서의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표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녹색돌풍’이 불었던 이유로는 안철수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지역에 큰 힘을 미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추후 행보에 대해서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지역민들을 향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했을 때 논의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과 = 이 대표는 5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총리, 당 대표, 대권 주자 등 화려한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득표율인 13.84%를 기록했습니다. 광주 민심이 민주당에 대한 회초리를 들었더라도, 이 대표가 ‘야당 심판론’을 내세운 것은 너무 멀리 갔다고 봅니다. 정치적 기반을 모두 상실해 당분간 정치적으로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 = 저는 이 대표가 지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싸우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어야만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모 = 저도 ‘소중한 한 표’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이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이 총선 끝까지 그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또 이 대표의 탈당부터 신당 창당까지 모든 타이밍이 좋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았다면 그의 향후 정치 어떻게 됐을지 곱씹게 되네요.


-‘옥중 출마’를 결심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선전했습니다. 향후 정치 행보가 기대되는데.

▲카 = 송 대표의 선전은 놀라웠습니다. 제대로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했지만 2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인 것은 곱씹어봐도 놀라운 성적표입니다. 다만 현재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출소하고 지역에 정착,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늘린다면 22대 총선에서의 ‘조국바람’처럼 ‘소나무바람’도 충분히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 = 저도 ‘카드값줘체리’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옥중 창당과 옥중 출마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17.38%의 득표율을 보인 것은 나름 선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치 신인인 조인철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민주당 옷을 입었기 때문이지 후보 스스로가 뛰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송 대표가 출소 후 광주에 터를 잡고 정치 활동을 한다면 재개할 가능성도 높아보이는 이유입니다.

▲사 = 저는 이번 총선에서 송 대표가 선전한 것은 검찰권력에 맞서다 감옥에 갇혔다는 동정론과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모 = 저도 ‘과유불급’님처럼 파란 점퍼를 벗고도 민주당 당세가 강한 광주에서 17% 이상을 득표한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호남에서는 거물급 정치인이 부재합니다. 호남 출신의 대권주자에 대한 갈증이 높은 만큼 송 대표가 출소 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한다면 지역 표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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