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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광주-나주 광역철도···'플랜B?' 고민 깊은 광주시

입력 2023.10.30. 15:50
시·도 협력사업에 추진 속도 붙었지만
낮은 효율성에 막대한 운영비 부담 커
市, 효천 경유로 효율·체감 상승 시도
“예타 통과 못할 땐 BRT 고려해야”
세종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대전시와 청주 오송, 청주공항 등 도시 간 수송에 기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와 나주를 잇는 '광주~나주 광역철도'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광주권역을 잇는 호남 최초의 광역철도로 상징성은 크지만 낮은 수요와 높은 건설·운영비에 운송 효과가 비슷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과 비교했을 때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광주~나주 광역철도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 3단계 구간(백운광장~효천역)을 보완하지 않는 이상 추진할 동력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전남도와 나주시가 미지근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타 조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도로 위 전철'이라고 불리는 BRT 등 대체 광역교통망 구축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 효천역 경유 제안

30일 광주시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1조4천192억원(광주시 2천64억원·전남 2천494억)을 들여 광주~나주 광역철도를 추진 중이다.

광주 상무역~나주혁신도시~나주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26.46㎞ 복선 전철로, 광역교통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2021~2025)에 반영된 데다 국토부의 의지 속에서 현재 예타 조사를 진행하는 등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시가 전남도에 광주 효천역을 경유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노선 길이는 2.3㎞, 사업비는 총 2천676억원(시비 602억·도비 200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 배경은 기존 노선의 경우 혁신도시 정도를 제외하면 이용 인구가 저조해 막대한 건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특히 송암산단과 3만여명의 거주 인구가 있는 효천지구를 경유해 부족한 경제성을 메꾸면 사업성이 떨어져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된 도시철도3단계를 보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이 같은 안에 대해 기재부 예타 통과 이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광주시 입장이 어느 정도 수긍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돈도 부족하고 인구도 줄어드는데…"

근본적으로 광주~나주 광역철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광주시는 건설 과정에서 2천억원이 넘는 지방비를 지출해야 한다. 건설 후에는 100% 지방비로 운영해야 하는데, 연간 운영비가 최소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건설·운영비에 비해 효과도 의문이다.

에너지밸리산단이 자리잡은 광주 대촌이나 혁신도시, 나주를 잇는 광역교통망에 대한 필요성은 있지만, 혁신도시를 포함해도 11만여명에 불과한 나주시와 연결하기 위해 가장 고비용 교통수단인 복선전철을 구축하는 게 매우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특히 광주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나주 인구 증가도 정체돼 있어 복선 전철을 통한 인구 유입 효과도 제한적이다.

다만, 혁신도시 출퇴근 인구가 많은 효천지구를 경유할 경우 도심 내 대중교통 연결 문제도 해결하고 이용객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일찌감치 효천지구를 경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철도망계획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광주시는 일부 노선에 대해 경전선 폐선을 활용하고 단선전철로 구축하면 비용이 3분의 2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등 비용 절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광주지역 정치권도 지역 반발을 의식해 대놓고 밝히지는 못하지만 부정적 기류는 광주시와 궤를 같이한다.

채은지 광주시의원은 지난 19일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낮은 이용률, 짧은 이용 거리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데 광역철도는 광주시민을 위한 사업이냐, 나주시민을 위한 사업이냐"며 의회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채 의원은 무등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광주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철도를 할거라면 효천지구를 포함해야 하고, 포함이 안되면 안 하는 게 광주를 위해 낫다"고 말했다.

광주∼나주 간 광역철도 노선

◆"플랜B 준비…BRT 구축 효과적"

그러다보니 벌써부터 플랜B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현재 기재부에서 예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광주시는 효천지구를 경유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재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예타 통과를 하지 못할 경우 발빠르게 다른 교통수단으로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외부적으로 강하다.

현재까지 유력한 광역교통수단은 BRT. 전문가들은 광역철도가 아닌 BRT를 구축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7년 2030 광주시 도시기본계획에는 경제성 문제로 해당 노선을 BRT로 계획한 바 있다.

현재 계획된 경전철과 비교했을 때, 구축 비용은 10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운송 속도나 운송 인원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 등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당 노선에 도로가 충분히 설치돼 있는 점도 BRT 구축에 유리한 지점이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효천지구를 경유한다면 도시철도2호선 3단계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광역철도 이용객이나 역사 개발 등으로 인한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어 할만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BRT가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교통전문가는 "꼭 철도를 구축할 필요가 없는 노선인데 지역민들이 철도를 바라는 열망이 강해 정치인들이 수용한 측면이 크다"면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광역철도를 추진하되 효천지구나 대촌, 혁신도시, 나주와 광주시를 연계해 교통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BRT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고 주장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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