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엔 반도체 인재가 없다.” 지난 6월 29일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건립이 발표됐을 당시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 측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엔 반도체 생태계는 물론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이른바 수도권 이남으로는 인재가 향하지 않는다는 ‘남방한계선’을 언급하며,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는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말이 사실일까? “인력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위상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는 수년 전부터 석·박사급 등 고급 반도체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온 데다 현재 반도체 인력이 대거 배출되고 있다는 점도 반대 논리를 취약하게 한다. 무등일보가 ‘반도체 인재’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에 나섰다.
2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각종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전문인력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인력양성 기반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지역 대학과 직업계고를 중심으로 연간 6천300여 명의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누적 2만 7천 명을 공급하는 ‘인재 육성 메가플랜’도 이미 가동되고 있다. 광주특별시 지원단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생산직뿐 아니라 공정·설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품질관리 및 연구개발(R&D) 등으로 세분화해 양성할 방침이다. 정부가 서남권에 팹 (Fab·반도체 전용공장) 전문인력 3만 명 확보를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이에 발맞춰 지역 자체 공급망까지 선제 구축하는 셈이다.
단순히 관련 학과 졸업생이 아니라 대규모 팹을 운영할 만큼 ‘전문 인재’가 지역에 정주하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역 대학들은 반도체 드라이브가 걸린 작년 말~올해 초부터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소자, 공정, 전력반도체와 광반도체, 패키징 등 분야별 교육과정 재편에 나섰다. 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를 가동하거나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관련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대표적이다. GIST는 삼성전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를 통해 설계와 공정 분야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와 대학 교육을 직접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대도 반도체 특성화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과 차세대 반도체 융합인재캠퍼스를 기반으로 자동차·광융합·AI(인공지능) 등 지역 주력산업과 반도체를 결합한 인재 양성에 나서면서다. 오는 2027학년도에는 첨단반도체공학부와 미래에너지공학부 신설을 추진하고 시스템반도체공학전공 등을 통해 설계·소자·회로 분야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의 다양한 세부 사업 가운데 “특화된 반도체 전문 분야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전남광주가 전력공기업이 밀집한 나주 등지를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공대와 같은 핵심 인프라를 거점 삼아‘전력반도체’라는 특화 분야를 키우고 있어서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전력전자와 반도체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광주가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단순 메모리 생산에 그치지 않고 전력반도체와 AI, 광융합 등으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키도록 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에서는 4년여 뒤 지역에 NPU(반도체연산에 특화된 칩) 기반시설이 올 수 있다는 분석 아래, 미래 반도체 산업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관측마저 벌써 나오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메모리 분야 대신 NPU 등으로 반도체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는 공득조 지스트 AI정책전략대학원 교수는 “2030년까지 채 4년여가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3년 반’이 골든 타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NPU는 전공정, 후공정이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념도 없기에 지역에서 반도체 체질개선에 대한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지역 대학이 가진 교육·연구 인프라는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는다. 전남대와 GIST, 한국에너지공대를 비롯해 조선대·목포대·순천대 등 지역 대학의 강점을 공동 교육과정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연합공대(가칭)’도 이 같은 구상의 중심에 있다.
반도체 산업을 급속도로 추진하다 보니 법적 근거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광주특별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부에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을 연결하는 ‘반도체 교육특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단순 인력을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주거, 연구환경을 아우르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형배 특별시장은 “우리 지역은 신규 반도체 팹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우수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타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연구개발 핵심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모든 지·산·학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