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두고 지속되고 있는 부정적 주장 중 하나가 용수 부족 문제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터무니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하루 65만t을 크게 웃도는 최대 106만t의 산업용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그 간 전남광주에서 추진해 온 용수 확보 대책과 풍부한 수자원 여건 등을 감안하면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9일 기후환경에너지부와 광주특별시 등에 따르면 현재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하루 약 65만t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산단은 중단 없는 용수 공급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를 주변 댐에서 최대한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용수의 활용이다. 지난달 30일 동복댐 증고와 댐 용수의 전환 등을 통해 하루 최대 106만t의 용수를 확보하고 이 가운데 65만t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한다는 기후부의 방안이 대표적이다. 댐 중에서 가장 많은 용수를 담당하는 것이 동복댐이다. 현재 동복댐의 저수량은 약 9천200만t이며 향후 반도체 산단에 쓸 하루 여유량은 5만t이다. 여기서 댐의 높이를 15m 높여 저수량을 약 2억2천만t까지 늘리고 하루 공급량을 30만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주암댐은 현재 계획량 중 과다하게 배분돼 미사용 중인 7만t 중 5만t을 사용하고, 장흥댐에서도 여유량 11.9만t 중 하루 10만t을 활용할 방침이다. 보성강댐에서 득량만 방면으로 방류하는 발전용수 중 10만t도 공업용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영산강 하류에 쓰이던 나주댐의 농업용수도 영산강 용수를 대체 공급해 최대 21만t을 확보하고 이중 10만t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한다. 또 광주제1하수처리장의 하수재이용수를 역삼투막 처리하면 30만t을 일반 공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 이후에도 용수 부족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용수 부족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2023년 당시 환경부(현 기후부)가 발간한 ‘제1차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0)’을 예로 들며 영산강 유역의 자체 용수 공급능력은 27%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섬진강 유역에서 끌어 쓰고 있어 충분한 용수 공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물관리종합계획’은 추가적 투자 없이 ‘현재의 용수 인프라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물 부족을 진단’하는 계획이라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산단 조성에 맞춰 용수 대책을 마련 중인데다 당시 계획에는 없었던 ▲미사용 물량 재배분 ▲다양한 수자원의 연계 활용 등도 추진 중이다. 영산강 유역뿐만 아니라 섬진강 유역인 주암댐-장흥댐과 연계,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용수를 공급할 계획인 만큼 2023년의 종합 계획만을 근거로 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전남 광주는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지만 당시에도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에서 생활·공업용수는 하천수 대체 취수를 통해 감량 없이 공급을 유지했다. 반도체 산단 조성 계획과 별개로 이미 영산강과 용연정수장 간 비상연계 시설 도입, 지방상수도 현대화 작업 등 각종 가뭄 대책 진행 중인 만큼 다른 어떤 지역보다 기후 위기 대응에도 뛰어나다.
인근 지역 댐의 유출률과 비교했을 때 동복댐에 유입되는 수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수량이 토양으로 스며들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드는 유출률의 경우 전국 댐 평균이 61%, 인근 담양댐이 67%에 불과하기에 목표로 하는 저수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부는 동복댐의 경우 국지적으로 효율이 뛰어나 유출률이 73%나 달해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동복댐 증고는 기존에 2~5m 높이는 소규모 보강 사업이 아니라, 대규모 용수 확보를 위한 국책 사업인 만큼 사실상 댐 건설에 준하는 최신 공법이 동원돼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루 65만t의 공업용수가 2030년에 곧바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단계적 조성에 따라 용수 공급 역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광주특별시는 2029년말 15만t을 시작으로 2033년 총 65만t으로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기후 변화 속에서 용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댐 뿐만 아니라 지하수, 하수 재이용수 등 여러 수원을 함께 연결해 활용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구축을 제안했다. 특히 이미 큰 가뭄을 겪고 대책 마련에 나선 전남광주가 타 지역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황철호 광주과학기술원 AI정책전략대학원 박사는 “댐을 통한 용수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 속에서 향후 중심은 하수 재이용에 달렸다”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하수를 반도체 용수로 쓸 수 있지만 전남광주는 그만큼 많은 물을 쓸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활용하지 못한 것인 만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맞춰 충분히 용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홍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정부의 용수 확보 방안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하면서도 하수 재이용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한강으로 가고 낙동강으로 간다고 물이 남겠나. 결국 있는 수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냐에 달렸다”며 “하수 재이용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 이 기술을 수출해 새로운 물 산업 발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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