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권 반도체 팹(Fab) 유치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이 대표적이다. 야권과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전남광주에 전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내놓는다. 하지만,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는 “내일 당장 가동하더라도 반도체 메인 팹 2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한다. 24시간 연속 가동에 필수적인 원자력 기저전력(상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전력)에 더해 글로벌 RE100 이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또한 전국에서 가장 풍부하게 확보했다는 취지에서다. 무등일보가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해 팩트체크에 나섰다.
28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남광주지역의 총 전력 공급 능력은 약 16~17GW에 달한다. 영광 한빛원전 6기(5.9GW), 화력발전(약 3.5GW), 재생에너지(7.3GW)를 포함해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실효발전량(1GW)만 놓고 보더라도 총 10.4GW의 공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실효발전량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날씨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의 경우 설치된 총 설비용량과 달리 최대 전력 수요(피크 시간대)에 실제로 기여하는 능력을 뜻한다.

반면 현재 지역 내 실질 전력 소비량은 평균 5GW 안팎에 불과하다. 지역에서 쓰고도 남는 전기가 약 6GW인 셈이다. 이는 당장 반도체 메인 팹 4기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산업통상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필수 기반 시설로 원전 6기 설비 수준인 전력 6.3GW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지역에서 쓰고 남는 전력만으로도 광주 군공항 부지에 예정된 삼성전자·SK그룹의 반도체 메인 팹 4기 가동에 문제는 없다. 정부와 광주특별시는 2029년 반도체 팹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전력을 공급할 해남-신장성 345Kv 선로가 완공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현시점에서 확보한 전력이 수요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송전망 구축과 발전소 신설을 둘러싸고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되레 지금까지 지역에서 전기를 대규모 소비해 줄 반도체 팹 같은 공장이 없어 전력을 추가 생산하지 못하는 구조다. 현재 전남광주지역은 전력 대부분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고 있다. 그러나 송전선로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중단한 상태다. 막대한 송전 비용은 물론 재생에너지 추가 생산을 막으면서 국가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남광주 전력 대부분이 신재생에너지라서 전력 계통이 불안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간헐성)하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팹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반도체 팹은 초정밀 공정 특성상 0.1초의 전압 강화나 정전으로도 최소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기저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남광주는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 등 기저전력이 충분해 이른바 ‘에너지 믹스’가 가장 잘 구현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도 계속 보완 중이다.

한빛원전 수명 만료가 임박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한빛원전 1·2호기는 10년 단위의 수명 연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원전도 2040년, 2050년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2035년 이후 도입될 소형모듈원전(SMR)은 3~5시간 만에 출력 조절이 가능해 아침과 밤의 출력 변화가 큰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할 유연성 전원으로 꼽힌다. 원전과 SMR, 재생에너지가 어우러진 서남권의 에너지 믹스는 반도체 공장에 가장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서남권에 반도체 팹이 입주할 경우 장거리 송전망 구축 없이 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즉시 직거래(PPA·전력구매계약) 형태로 공급받을 수 있다. 글로벌 RE100 규제를 즉각 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입지로 꼽히는 이유다. 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 전기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 받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PPA를 진행한다. 삼성전자 DS 부문 또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PPA를 확대 중이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또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2030년 호남권 전력 공급 능력은 최대 6GW까지 가능하다”며 “송전선로도 신해남-신장성 345Kv 선로가 완공될 계획으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 반도체 팹 2기에 필요한 3~4GW는 물론, 반도체 팹 2기가 추가로 완공되는 2035년에도 꾸준한 재생에너지 추가 공급과 선로 확충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위원장) 또한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종합검토서’를 통해 “서남권 반도체 팹이 입지하면 그동안 전기가 남아서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던 감발(출력 제한) 문제가 일시에 해소된다”며 “호남은 전력 공급과 계통 안정성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적지”라고 분석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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