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소방공무원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예방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한 전남 소방공무원들의 PTSD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는 본보 지적(12월 29일 1·3면 등 참고)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도 정신적 질환을 앓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지자체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전남도의회를 통과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전남도 소방공무원의 PTSD 예방과 치료 지원 예산이 8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4억3천만원과 비교해 무려 86%(3억7천여만원) 증가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운영 예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 제도는 위험한 재난사고 상황에 반복 노출되는 소방공무원의 마음건강 돌봄과 스트레스 회복력 향상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가 소방관서를 직접 방문해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제도다. 구급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신규 예산도 확보됐다. 이와 함께 심정지 환자 소생률 향상과 현장 처치 지원을 위한 ‘구급지도 의사 운영비’로 6천300여만원도 새롭게 반영됐다.
앞서 본보는 기획보도 ‘불길 밖 죽음’을 통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투입된 전남 소방공무원 1천2명 중 243명이 PTSD를 호소하는 실태를 연속 보도했다. 반복된 참사 노출과 상담 시스템의 한계, 공상 신청 과정의 높은 문턱 등 구조적 문제를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시스템 고발 등을 통해 공론화했다. 특히 대형 재난과 같은 극한 상황에 투입되는 소방관뿐만 아니라 일상적 현장에서도 정신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줬다.
보도 직후 전남도의회를 중심으로 소방공무원 정신 질환에 대한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결과 추가경정예산에 큰 폭의 증액이 이뤄질 수 있었다. 나광국 전남도의원은 “이번 예산 증액은 사각지대에 놓인 소방공무원 PTSD 등 정신 질환에 대해 지자체와 국가의 지원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노력의 결과”라며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형섭 전남소방본부 소방장 또한 “언론과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지지 덕분에 근무 여건이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개선된 처우를 바탕으로 국민의 가장 든든한 방패가 돼 최일선에서 묵묵히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본보 보도에 따른 소방공무원 정신절 질환 지원·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정신적 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공상)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명노 광주시의원은 지난 2월 9일 “12·29 항공 참사 당시 투입된 전남소방본부 소방대원 1천2명 중 243명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즉각 치료가 필요한 치료군이 52명에 달하지만 제도적 보호가 공백 상태라고 한다”며 “현장 투입 소방관들이 지금도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지만, 정신질환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고 복잡한 인증 절차와 내부 노출을 우려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가 ‘광주소방 마음건강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언론과 정치권의 움직임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효능감을 크게 느낀다”며 “이번 증액이 향후 전남·광주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정신건강 정책을 제도권에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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