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의 대전제인 제1조의 핵심은 바로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이다.
누구나 다 아는,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우리 헌법 제1조는 지난해 12월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는 비상계엄으로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4개월간 '국가 긴급권 남용의 역사 재현'으로 대화와 타협, 협치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부정되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악몽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심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는 범죄자의 소굴이 됐다"며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유신체제의 악령을 다시 현실로 끌어낸 윤 전 대통령은 80년 5월 비상계엄과 유사한 '포고령' 발표에 이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대를 투입, '삼권 분립'을 전제로 한 헌정 파괴에 나섰다. 헌법 기관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순간 이미 헌법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80년 5월처럼 군대를 막아선 것은 시민들이었다. 한밤 중 총칼을 앞세워 국회로 향한 군인들 앞에는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었고, 그들의 저항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군경이 있었기에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가 가능했다.
단 6시간의 비상계엄이었지만 온 나라를 반으로 쪼개기엔 충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전시·사변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엄" 등에 동조한 지지자들은 사상 초유의 법원 습격에 이어 여전히 헌법재판소 선고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자체를 불신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협치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은 사라진채 '아군과 적군'만 남았다.
하지만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 기본원칙을 위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래를 끼쳤다"고 반헌법적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또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를 분명히 했다.
탄핵 청구 이후 자신의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행위를 부추기는 담화문, 발언 등도 탄핵사유로 명확히 적시된 것이다.
이번 탄핵으로 '시민의 주인'되는 국민주권을 다시금 확인하며 우리 민주주의의 건실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사회적 대통합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에서 어차피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서로를 적대시하고 산다면 너무나 우리 인생이 불행하지 않겠느냐"며 "이념갈등으로 서로가 서로를 못 미더워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다고 갈등 속에서 살아가기엔 대한민국이 헤쳐나가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아군과 적군이 아닌, 대화로 의견을 나누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의를 찾아가는 이웃이자 민주주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임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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