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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시대, 예술가 의미 찾는 여정 중요"

입력 2026.03.09. 10:05
[김제민 서울예대 공연창작학부 교수]
AI '엉뚱함' 주목 '공동 창작자' 정의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중요 출발점
"상생적 공진화만이 미래 문 열 것"
김제민 서울예대 공연창작학부 교수

연출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제민 교수와 AI 연구자 김근형이 결성한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는 문법적 오류의 경계에서 역설적으로 시적인 문장이 탄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KoGPT 기반의 시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를 지난 2021년 개발했다. 

시의 제목을 입력하면 30초 만에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시아의 첫 문장을 마주했을 때, 김 교수는 “마치 어떤 시인의 창작물을 본 것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라고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시작하는 아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아(詩兒)’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이를 통해 기존 예술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AX(Art Transformation·예술적 전환)’로의 시대를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인공지능에게는 완벽한 효율성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AI의 ‘엉뚱함’에 주목했다. 그는 “처음 AI 작업을 시작할 때, AI의 스마트한 효율성은 빅테크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슬릿스코프는 창작자로서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적화된 해답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우연적이고 의외성을 띠며 비논리적인 결과로 우리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며 AI의 비논리적 결과물이 주는 자극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는 AI를 정적인 알고리즘에 가두지 않고, 창작자와 관객의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진화하는 AI’이자, 예측 불가능성을 수용하는 ‘공동 창작자’로 정의했다.

미래 예술 현장에서 AI가 가질 위상에 대해 김 교수는 도구와 주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했다. 그는 “어떤 예술가에게 AI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협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자동 생성하는 창작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며 “예술가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다양성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방적인 태도는 기존 예술 장르를 확장하거나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탄생시키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김 교수는 AI와의 작업을 통해 ‘시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되찾게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공지능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결국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시는 뭘까, 춤은 뭘까, 예술은 뭘까 하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AI와 작업을 하며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설명하며 질베르 시몽동의 기술철학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인간과 기계적 대상의 상생적 공진화만이 미래의 문을 열리게 할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AI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바둑을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볼 것인지, 수담(手談)으로 만들어가는 한 판의 예술로 볼 것인지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인간 예술가의 고유한 가치에 대해 “예술가 자신이 살아온 데이터의 존재적 타당성을 무력화하고, 새롭게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과 시도가 중요한 가치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에서 제기된 물음들이 끊임없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예술의 가치를 되묻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김 교수는 질문하는 AI ‘아이 퀘스천’, 시 쓰는 AI ‘시아’, 춤추는 AI ‘마디’ 등에 이어 촉각성에 기반해 소리정원을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예술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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