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력 계통 포화와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입지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신규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곧바로 소비할 수 있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구조를 갖춘 해남 솔라시도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솔라시도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기반으로, 국가 AI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망 문제로 발이 묶인 수도권과 달리,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하나의 권역 안에서 해결하는 분산형 전력 모델을 실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산지소 기반 에너지 자립 가능
솔라시도의 핵심 경쟁력은 '분산형 전력망'이다. 현재 동해안 원전이나 호남권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서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송전망 확충이 불가피하다.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솔라시도는 풍부한 일조량과 풍력 자원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계통 혼잡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게 강점이다. 솔라시도는 최근 정부로부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에너지 다소비 첨단기업 유치를 위한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솔라시도는 해남군 일대 2천90만㎡(632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민관협력 도시개발사업이다. 토지 조성이 상당 부분 진행돼 즉시 개발이 가능하고, 에너지·부지·산업·정주환경을 통합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입지로 평가된다. 정부의 에너지 신도시 정책을 실현할 실증 도시이자, 분산형 전력망의 테스트베드로서 상징성도 크다.
◆재생에너지 허브터미널…20GW급 에너지 믹스 구축
솔라시도는 기가와트(GW)급 첨단산업 유치를 목표로 구체적인 '에너지 믹스(Energy Mix)'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태양광 10GW, 풍력 10GW를 합쳐 총 2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신 원자력발전소 14~20기에 맞먹는 발전 규모다.
이미 운영 중인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를 비롯해, 인근에서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인 태양광 집적화단지(5.4GW) 등의 전력을 인접한 RE100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날씨에 따른 간헐성(발전량 변동)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병행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2GW급 수소 발전소를 예비 전력원으로 구축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이 모여 저장·거래되는 '재생에너지 허브터미널'을 통해 반도체 공정처럼 무중단 전력이 필요한 산업에서도 RE100 달성과 전력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4kV급 변전소 조기 구축…전력 인프라 기반 마련
전력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한국전력과 154kV급 변전소 조기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 기반 마련에 나섰다.
향후 솔라시도가 RE100 산업단지로 지정될 경우, 신해남 변전소로 연결되는 추가 송전선로 건설도 확정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의 송전은 물론, 필요시 외부 전력 수전까지 가능한 양방향 전력망 체계를 갖추게 된다. 전력 공급과 수급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종합 인프라가 완성되는 셈이다.
지산지소 기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지면 장거리 송전망 건설과 유지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전기요금 인하로 입주 기업에 환원될 수 있다. RE100과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이 필수인 수출기업과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기업들에게 솔라시도는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력 공급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차원의 전력 계통 구축 지원 필요"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대규모 전력망 구축에는 민간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행정 절차가 수반된다.
솔라시도 개발을 맡은 BS그룹 관계자는 "솔라시도가 구상하는 20GW급 발전 단지와 ESS 구축, 그리고 이를 연결할 내부 전력망 구축은 민간 기업 혼자 감당하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인허가 절차가 소요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첨단산업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뿐만 아니라 전력계통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AI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집중 해소의 대안으로 해남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민간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전력망 구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