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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詩의 단상

입력 2024.06.12. 15:58
박현덕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나다' 출간
절제와 율격 속 담은 그리움과 눈물
바깥의 풍경 매개 내면 상처 형상화
시적 진정성으로 바라본 生의 우물

시 구절 곳곳에 남도 곳곳과 자연에 자신의 마음을 새긴 시인이 있다.

마음은 때로 생채기가 되어 외로움 혹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의 이름으로 도드라졌다.

완도 출신 박현덕 시인이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나다'(문학들刊)를 펴냈다.

그는 진도, 목포, 여수 등 남도의 곳곳을 떠돌며 쓴 60편을 총 3부에 나눠 실었다. 중앙시조대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답게 시조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절제와 율격이 돋보인다.

"저녁 내내 창문을/누군가 두드린다//밤이 더 깊을수록/어머니가 생각나/무릎이/바스러진 생,/절며 가는/빗줄기"('저녁비')

이번 시집이 이전의 것과 다른 것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박 시인은 그동안 소외된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회의식을 투영하여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는 바깥의 풍경을 매개로 내면의 상처를 노래한다.

"세상일 망했다고 무작정 차를 몰아/와온해변 민박집에 마음 내려 놓는다/나는 왜 춥게 지내며 덜컹덜컹 거렸지"('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1-노을')

고재종 시인은 "바다는 그 상처가 터져 걸어온 길을 적시고 하늘은 미친 바람처럼 물고 또 뜯고 있다. 여행 시편이지만 기실 그것은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이라며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고 평했다.

이어 "시의 이곳저곳에서 '독작(獨酌)'하는 시인의 고통들이 사회적 연대의 '건배'로까지 적극적으로 나아갈 때 그의 시적 진정성이 더욱 빛을 발하리라"고 규정했다.

그 상처의 연원을 이 시집에서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인이 이제 인생이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박현덕 시인은 지난 87년 '시조문학'에 추천이 완료되고, 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문과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 '밤 군산항' 등을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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