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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필승" 계엄 정국 극복 이끈 45년 전 오월광주 재조명

입력 2025.05.17. 21:07
민주주의 향한 변함 없는 시민 의지로 통했다
비상 계엄 막으러 국회로, 탄핵 외치러 광장에
80년 오월, 계엄군 맞선 광주시민 용기 빛났다
'최초 초청' 우원식 국회의장 "오월 헌법 수록"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전야제에서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이 선보여지고 있다. 2025.05.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김혜인 기자 = 1980년 오월 광주가 2025년을 사는 시민들에게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용기를 북돋고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45년 만에 다시 민주주의는 승리했다.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 5·18민주화운동 45주년 전야 행사에서는 신군부 총칼 앞에 분연히 맞선 오월광주의 항쟁 정신이 12·3계엄으로 촉발된 헌정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되살아났다.

전야 행사 무대에서 막을 올린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 공연은 5·18 당시 산화한 민주 열사들의 희생이 12·3계엄을 저지하고자 국회 앞을 지킨 시민들의 의지가 '승리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재현했다.

"계엄이 선포됐대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이야…", "여보 걱정마세. 탱크가 들어 와븐다는데(왔다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가족·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시가 봉쇄되고, 하늘에는 헬기가, 지상에는 군 탱크가 몰려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45년 전 1980년 5월이 다시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이런 세상이 올 줄이야.'

그러나 시민들은 곧장 국회로 달려갔다. 계엄군의 국회 장악 시도를 막기 위해 시민들은 민주주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뭉쳤다.

이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45년 전 5월 금남로 등지에서 계엄 해제를 외치던 광주시민들과 닮은 꼴이었다.

현재를 사는 시민들 역을 맡은 배우들은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하는 거잖아!", "우리가 가야제~ 살 만큼 산 우리가 가야제"라며 국회로 향했다.

설치된 턴테이블(원형 회전 무대)이 한 바퀴 돌자, 피 묻은 옷을 입은 80년 청년 시민군이 무대 전면에 서서 외쳤다.

"오늘 우리는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들을 승리자로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는 눈을 감을지도 모릅니다. 내일의 여러분은 눈을 똑똑히 뜨고 지켜봐 주십시오. 언젠가 승리할 그날의 역사를"

청년 시민군들은 거리에 나온 이들에게 귀가를 권유했다. 광장과 거리는 자신들이 피를 흘려서라도 지키겠다고 다짐하던 터였다.

그러나 청년 시민군은, 시민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뭉쳤다.

계엄군에 희생된 친구의 마지막 모습, 금남로에서 소리치다 숨진 시민, 관이 없어 방치된 시신, 관으로 돌아온 친구를 본 시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희생을 외면할 수 없었다.

'민주주의', '독재 타도'가 쓰인 현수막을 굳게 머리에 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우리 모두 우리의 오월을, 우리의 봄을 지킵시다"라고 외쳤다.

1980년 5월27일 청년 시민군은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으로 몰려오는 계엄군을 바라보며 죽음까지 각오했다.

청년 시민군은 "우린 알아요 빼앗긴 자유가 얼마나 오랜 겨울을 찾아오게 한 건지. 봄을 지키지 않으면 오랜 겨울이 찾아온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굳건한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우리 모두 광장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었다.

무대 연기자들은 다시 찾아온 봄을, 민주주의를 기뻐하며 "민주주의 만세"를 다함께 외쳤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전야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5.17. leeyj2578@newsis.com

앞서 현직 국회의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 주관 5·18 전야 행사에 초청 받은 우원식 의장은 오월 정신의 헌법 수록 당위성을 역설했다.

금남로에 선 우 의장은 정부 반대로 불발된 5·18 45주년 공식 기념사를 이 자리에서 읽겠다며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어 2025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무도한 시대를 광주와 국민이 물리친 역사가 쌓여 12·3 계엄도 국민과 국회가 해제시켰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80년 고립무원에서 계엄군에 맞선 광주시민들이 증명해 낸 양심과 용기의 힘이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고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만들어 냈다. 오월 광주는 현재를 구하고 미래를 지킬 힘이다. 오월 정신을 헌법 자리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정부 주관 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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