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가열 설비서 불꽃 시작
국가동원령에도 진화 어려워
"20t 고무 모두 연소돼야 완진"
주민들 '가슴 덜컹'…일부 대피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불이 났다. 강주비 기자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난 가운데, 인근 주민이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강주비 기자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난 가운데,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대피 주민을 위한 구호 텐트가 설치돼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복잡한 기계 설비, 소방용수 부족 등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 직원 1명과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고, 검은 연기와 분진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소방동원령 발령…3명 부상
17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서쪽공장(2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화재 확산 우려에 따라 오전 7시28분을 기해 관할 소방서 전체 인력이 동원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오전 7시59분께 광주 전체 소방서 인력을 동원하는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이후 오전 10시께 국가소방동원령으로 전환했다.
공장 내부에 있던 인력 400여명은 대부분 자력 대피했으나, 오전 8시59분께 건물 내부 2층에 있던 남성 직원 A(25)씨가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요추·흉부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A씨가 대피하는 과정에서 건물 3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진화 작업 중 건물 내부 폐유 저장 탱크가 폭발해 소방대원 1명이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소방대원 1명도 후두부에 1도 화상을 입고 현장에서 응급 조치 후 근무 중이다.
◆샌드위치 패널·고무 원료…완진까지 최대 7일
불이 난 공정동에는 생고무 20t 등 대량 인화성 물질이 저장돼 있고, 공장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여서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고무는 가연성이 높아 모두 연소될 때까지 화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국은 불이 완전히 진화되기까지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은 타이어 정령공정 중 고무를 가열해 녹이는 설비인 마이크로오븐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은 마이크로오븐에서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자 옥내 소화전을 사용해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 곧바로 소방서에 신고 접수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당초 샌드위치 판넬을 절단해 화재가 발생한 건물과 주변 공장들을 분리하려고 했으나, 각 동의 내부 기계 설비들이 모두 연결돼 있어 절단하지 못했다. 이에 불은 공정동들을 연결하는 통로를 따라 빠르게 번졌고, 초기 화재가 발생한 공정동은 3차례에 걸쳐 붕괴된 상태다.
당국은 공장 전체가 한번에 무너질 위험이 있어 건물 내부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을 철수시키고 외부에서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송정리 일대 소화전을 모두 사용 중이라 수압이 약해 진압이 어렵다"며 "산림청 헬기를 활용해 공중에서 물을 투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2공장 전체 면적 14만925㎡의 대부분이 탔다.
◆행정당국 총력 대응 "피해 최소화"
광주시는 행정부시장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으며, 광산구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직원 740여명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또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해 화재 발생 상황과 창문 단속, 외출 자제, 주변 차량 우회 등 유의 사항을 주민에게 알리고 있다.
소방용수 부족을 우려해 수돗물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 문자도 발송된 상태다.
이와 함께 사고 지역 반경 1km 내에 있는 아파트 38개소와 광주송정역을 중심으로 1만5천개의 방진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
당국은 또 대기오염 측정 차량을 화재 장소 인근에 배치해 오염도를 측정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 등과 공장 외곽 오염도를 탐지하고 있다. 황룡강에 오염물질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차로 펜스를 설치, 농업용수 차단 등 조치를 하고 수질 측정도 진행한다.
금호타이어는 화재 수습 종료 시까지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에 따라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가동해 소방당국의 화재 진화를 지원하고,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가용한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시민의 일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 '가슴 덜컹'…대피소 이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해 공장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짙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뒤덮이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골목에서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문성호(51)씨는 "탄 냄새와 사이렌 소리에 창문을 열었더니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며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주택까지 넘어오는 줄 알고 많이 놀랐다. 다행히 불이 번지진 않았지만, 치솟는 연기를 보니 겁이 났다. 집 안에는 냄새가 다 밴 상태"라고 말했다.
주민 이성심(79)씨는 "아침에 쇼파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하늘이 어두컴컴하길래 처음엔 '비가 오려나' 싶었다. 그런데 냄새가 심상치 않아 나가보니 공장에서 불이 나 있었다"며 "이 아파트에 산 지 18년째인데 이렇게 큰 불은 처음 본다. 가슴이 덜컥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상가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정영권(52)씨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시와 함께 이틀간 빵 10%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인데, 행사 첫날 이런 대형 화재가 나 손님이 뚝 끊겼다"며 "하루 종일 청소만 하고 있다. 불난 집에 하소연할 수도 없고 답답한 심정이다. 원래 야외 테이블에 빵을 진열하는데 '까만 눈'이 내려 전부 안으로 들여놨다. 다른 상가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광산구는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40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텐트를 설치, 인근 주민 대피 지원에 나섰다. 광산구 직원들이 직접 대상자 거주지를 방문해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희망자에 한해 전세버스를 이용해 대피소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상자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아파트 4개 단지(서라 1·2차, 삼라, 송광 3차) 등 600여세대다. 오후 6시30분 기준 35세대, 74명이 대피소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광산구는 이재민 발생에 대비해 임시거주시설 39개소를 확보하고 응급 구호 물품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