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연이어 기각하면서 향후 헌법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재는 13일 이창수 중앙지검장 탄핵을, 24일에는 한덕수 총리 탄핵을 각각 기각했다. 두 사람 모두 당일 직무에 복귀했다. 두 결정 모두 "위헌적 요소는 있으나,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은 아니다"라는 논리였다.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위헌 행위가 인정되었음에도 실질적인 제재 없이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을 위반해도 권력에 충성하거나 조직내에서 입지를 지키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어 '헌법을 위반해도 파면되지 않는다'는 면책 논리로, 헌법 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는 두 고위공직자의 거취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검찰이든 고위공직자든 위헌을 해서라도 권력에 충성하면 괜찮다는 뒤틀린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 공직사회의 헌법 의무 이행을 무력화하는 위험한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헌재는 이창수 지검장의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 편의 제공, 허위 발표, 수사 지연 혹은 뭉개기 등을 단순한 직무상 실수가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위헌적 행위로 지적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그동안에도 검찰의 기소와 수사가 자의적이고 편의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들의 문제에 헌재가 아예 양탄자를 깔아준 것은 아닌지, 법의 형평성과 공정을 헌재 스스로 짓밟아 버린 건 아닌지 우려와 의구심이 크다.
한덕수 전 총리도 10.29 참사 대응의 무책임, 불법 비상계엄 상황에서 행정 총괄자로서의 책무 방기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위헌적이라고 판단됐지만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이 부족'하다며 역시 탄핵을 기각했다.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 행정부 수반이라는 자가 현직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꼭두각시 노릇을 해도, 죄는 되지만 파면은 안 된다는 이런 '비상한' 판결을 국민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헌재의 이번 결정들이 헌법 질서를 무시해도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각히 우려한다.
"위헌은 맞지만 파면은 과하다"는 논리가 헌정질서에 균열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위공직자의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견제를 어떻게 해가겠다는 것인가. 헌재가 법꾸라지들의 보루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