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李 각 세운 비명 잠룡들, '합종연횡' 세결집

입력 2025.02.19. 16:36 수정 2025.02.19. 17:47
야권 대선주자 연대 포럼 '희망과 대안' 출범
내달 6일 광주지부 창립 시작해 전국 확대
김부겸·김두관 '李 일극체제' 작심비판·개헌론
"개딸, 수박단어 쓰지말라"·"합리적 보수 연대"
박용진(왼쪽부터)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양기대, 김두관 전 의원,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지난 18일 경기 광명역 웨딩홀에서 열린 '희망과 대안' 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더불어민주당 심장부인 광주를 찾았던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합종연횡으로 세 결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3월 중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자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층 높이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초 광주를 잇달아 방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은 전날 야권 대선주자 연대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에 참석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불참한 대신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창립식에는 김 전 총리, 김 전 의원, 박용진 전 의원 등 야권 잠룡을 비롯해 400여명이 참석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은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을, 최문순 전 강원지사와 노병성 전국유권자연합회 회장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포럼은 다음달 6일 광주지부 창립을 시작으로 전국 조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광주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을 비판하며 텃밭 민심잡기에 나섰던 김 전 총리와 김 전 의원은 이번 창립식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거리를 두고 있는 '개헌 논의'도 재점화하며 대선판 흔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는 강성 친명(친이재명) 성향 당원인 '개혁의딸'(개딸)을 향해 "여러분 덕에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이 보이는 행태는 한 번 더 고민하고 바꿔주기를 바란다"며 "여러분이 쓰는 분열과 증오의 언어가 대한민국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박'이라는 단어는 민족사의 비극과 상처, 희생, 피를 상징하는 단어였다"며 "그런 역사를 아신다면 여러분은 그런 용어 쓰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수박'이라는 단어는 강성 지지층이 중도파 의원들이나 당원들을 겨냥해 '겉은 파란데 속은 빨갛다'라는 뜻을 담아 사용하는 멸칭이다.

김 전 총리는 "다양성과 민주성, 포용성이 사라진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 내부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다른 목소리를 배척하는 민주당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며 "의견이 다르다고 몰아세우고, 갈라치기를 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통합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친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가려면 현재의 민주당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여러 헌정질서 수호 세력을 모아 더 큰 연대를 펼쳐야 한다"며 "민주당을 넘어서는 통합과 연대의 장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면서 개헌론을 폈다.

김 전 의원도 "이재명 대표는 '내란세력이 준동하기 때문에 제압이 먼저'라고 하지만, 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났다고 본다"며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개헌을 위해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이 대표가 결단하면 적어도 원포인트 개헌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빠르면 3월 중순 결론 날 것"이라며 "탄핵 인용이 확정되면 조기 대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탄핵도 중요하지만 이후 조기 대선에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진보개혁 진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내 친명과 비명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하는 첫걸음은 제대로 된 정권교체"라며 "탄핵을 함께 이뤄낸 다양한 정치세력과 목소리, 시민의 힘을 모아야만 완성할 수 있다"며 당내 통합을 역설했다. 포럼 이사장 양 전 의원은 "민주당은 한 명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 당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 정당이어야 한다"면서 이 대표 일극체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명계 전·현직 의원이 다수 포함된 포럼이 공식 출범하며 비명계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간 모양새"라며 "특히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아우르는 대연정을 띄우며 조기 대선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난 이재명 대표는 오는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 '끌어안기' 행보에 나선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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