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지역민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52일째를 맞았다. 유가족들에게 현재 진행형인 이번 참사는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해법은 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여타 항공기 사고처럼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최근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가 끝난 가운데 지역에서는 광주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역의 여행사들이 무안공항 폐쇄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겪고 있는 데다 오는 9월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광주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 광주공항에 국제선 임시 취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광주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술 더 떠서 광주공항을 서남권 국제공항으로 만들고, 무안국제공항을 물류 공항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기준으로 지난해 무안국제공항 이용객은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합쳐 40만 5천869명으로 제주, 김포 등 2개 국내 노선만 운영 중인 광주공항 이용객 195만 9천258명의 20.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들은 무안국제공항의 이용객도 대부분 광주시민이기 때문에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일견 타당한 주장으로 보이지만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뚜렷하다.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야간 이착륙 제한 시간, 즉 '커퓨 타임'이 없어야 하지만 광주공항은 도심에 있어 비상 상황을 선언한 항공기 외에는 야간에 이착륙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무안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과 함께 '커퓨 타임'이 없는 몇 안 되는 공항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또 접근성 향상을 위해 KTX역이 신설되고, 활주로도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이 가능한 3천160m로 개선이 진행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무안국제공항을 물류 공항으로 만들기 위해선 가덕도 신공항처럼 활주로가 3천500m급으로 연장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승객 수송 위주인 KTX 대신 화물열차가 공항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철도기본계획부터 바뀌어야 할 부분이 수두룩한 데다 또 다른 비용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한마디로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될 예산이 공항에 추가로 들어가야만 가능할 일이다.
그동안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광주시와 전남도의 동상이몽이 계속돼 오긴 했지만, 광주공항의 국내선 이전으로 명실상부한 서남권 국제공항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최악의 항공사고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무안국제공항이 없어져야 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하는 것만 같다. 마치 죄인 취급처럼 몰아쳐 가는 느낌일 뿐이다.
광주공항 역시 현재까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활주로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콘크리트 둔덕에 고정돼 있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국제선을 취항하겠다는 결론이 나도 그만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빨라야 8월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에서 힘을 얻고 있는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위한 임시 취항 역시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광주시도 강기정 시장이 정부에 '제대로 된 서남권 관문 공항 및 공항도시 조성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언제 어떤 조치를 통해 재개항을 할 건지, 시·도민이 요구하는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단계적 추진계획을 밝히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참사를 딛고 일어설 공항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과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남도와 무안군을 향해 광주·전남의 공동 발전을 위해 광주 민·군공항 동시 이전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자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역민과 지역 관광업계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운항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 국제선 임시운항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맥락상으로는 무안국제공항의 서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을 인정하고 그 공백기 동안 광주공항에 임시로 국제선 취항을 요청하는 것으로 읽힌다. 전남도의 입장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입장에 김영록 전남지사도 '무안국제공항 재개항 전에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 운항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김 지사는 강 시장이 촉구한 정부 로드맵 발표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광주시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덜어내자는 데에 광주시와 전남도가 뜻을 같이한 만큼 광주 국제선 임시 취항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성사 여부는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려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광주·전남의 수많은 우리네 이웃이 유명을 달리한,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다. 최악의 참사를 겪은 광주와 전남이 이번 아픔을 딛고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