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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기관차' 광주시 vs 시의회, 주택공급 조례 갈등

입력 2025.02.18. 09:39
광주시 "용적률 조례 폐기…공개토론" 제안
시의회 "시 그동안 무대응 일관" 응전 태세
전문가 "조례 제정은 과학적 진단·근거 제시해야"
[광주=뉴시스] 광주 상무지구 도심. (사진=광주시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중심상업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조례 통과를 놓고 광주시와 시의회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주민 삶의 질과 도심 활성화 명분을 내세우며 공개토론까지 제안하는 등 2차 격돌을 앞두고 있어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의회가 본회의에서 심철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이 조례는 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심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의 주거용 시설 용적률 규제를 현행 400% 이하에서 540%로 완화하는 것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광주시는 즉각 반발했다. 미분양 심화와 도심 불균형 등이 우려돼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용적률 상향에 부동의했고,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조례안을 발의하자 본회의 전 상정 보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의회가 충분한 숙의 없이 중심상업지역 주거 용적률 규제를 완화한 것은 시민에 대한 직무태만"이라고 비판하며 조례 폐기를 요구했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과 박필순 산업건설위원장도 하루 뒤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유감을 표명했다.

"광주시는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의회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관련법에 따라 재의요구 절차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의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광주시는 물러서지 않고 시의회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2차 격돌을 예고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 의결 후 지자체장이 20일 이내에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으나 '맞짱토론'으로 맞받아쳤다.

공을 넘겨 받은 시의회도 응전에 임할 태세다. 조례를 폐기하는 것은 의회의 문제를 자인하는 것으로 입법 권한을 존중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 통과로 광주시와 시의회 모두 난감한 입장이다.

광주시는 그동안 조례가 통과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고, 시의회는 숙의 과정이 부족한 졸속 조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시와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두 기관 모두 시민 삶의 질 개선과 도심 활성화라는 공통 의제에 공감하면서도 마주보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집행부', '입법 독주' 등 서로를 향해 날선 언어를 주고받으며 대의기관이 견제와 균형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통과된 조례를 놓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소모적인 공개토론보다 향후 대안을 마련하는 생산적인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심상업지역에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면 추상적인 예측보다는 과학적인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민석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물 용적률과 관련된 도시계획 조례를 제정하려면 과학적인 분석과 진단을 거쳐야 한다"며 "광주시와 시의회 모두 감성적인 주장만 할 게 아니라 400%, 540% 수치를 제시할 때 그 근거를 제시해야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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