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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힘"···미세스 그린 애플, 日 '사토리 세대' 이어 韓 'N포 세대' 사로잡는 이유

입력 2025.02.16. 16:35
올해 메이저 데뷔 10주년
15~16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서 첫 단독 내한공연
K팝 팀 중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협업하고파
한국 밴드 중에선 드래곤포니 눈 여겨봐
최근 하이브 위버스에 커뮤니티 오픈…19일까지 서울서 팝업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와카이 히로토(왼쪽부터), 오모리 모토키, 후지사와 료카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1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MZ세대를 칭하는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는 일본 경제의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경제'로 수렴된다.

물질·출세·사랑 등에 대한 욕심을 내던지고 사토리(悟り), 즉 득도하는 경지에 이른 듯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청춘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대변하는 용어다.

사토리 세대가 일본 록 밴드의 현재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다. 사토리 세대의 가치관은 이 밴드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편곡하는 오모리 모토키(29·보컬·기타)가 "자신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고 말한 대목과 맞닿는다.

하지만 우리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닌가. '라일락'을 비롯 미세스 그린 애플의 곡들은 현재 '일본 젊은 세대의 희망가'로 통하며 각종 차트 상위권을 장기간 장악 중이다.

오모리 모토키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기념 간담회에서 '착각의 힘'(勘違い力)을 강조했다. 이 용어는 오모리 모토키가 지난해 말 공개된 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뭔가를 해내는 데 '착각의 힘'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급했다.

오모리 모토키는 이날 해당 용어에 대해 부연했다. "(안 되는) 현실을 생각하기 보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다' '조금 착각을 해서라도 이렇게 할 수 있다'라고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현실적인 부분만 생각한다고 하면, 생활에서 무엇이 안 되거나 또한 어떤 것을 시작했을 때 안 되는 것에 대해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의 오모리 모토키(가운데)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16. hwang@newsis.com

그래서 '우리가 이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이건 이렇게 하면 바꿀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인식을 가지고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착각의 힘'이라고 규정했다.

"가치 없는 상처도 / 받아들여 버리자 / 나는 나 자신을 / 사랑해"(割に合わない疵も / 認めてあげようぜ / 僕は僕自身を / 愛してる)라고 노래하는 '라일락'도 그 맥락에 있다.

오모리 모토키는 "'착각의 힘'은 그러니까 좋은 의미로, 현실적인 것보다는 저희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미지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초 뮤지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돌발성 난청' 진단 받은 사실을 공개한 오모리 모토키가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컨디션 관리에 주력하며 투어를 차질 없이 이어간 것도 그 과정 중에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한국의 N포 세대와 맞닿아 있다. 최근 J팝을 비롯 일본 문화에 개방적인 한국의 젊은 세대가 그런 미스터 그린 애플의 노래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팀이 메이저 데뷔 10년 만인 전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연 첫 단독 내한 콘서트 'MGA 라이브 인 서울 코리아 2025'엔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어로 대다수의 곡을 떼창했다. 90분이라는 시간이 빈틈 없이 채워졌다. 1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하는데 양일 간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됐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와카이 히로토(왼쪽부터), 오모리 모토키, 후지사와 료카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16. hwang@newsis.com

미세스 그린 애플의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한국 팬들과 소통은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음악극 영화 '미세스 그린 애플 // 더 화이트 라운지 인 시네마' 국내 개봉 기념 내한해 팬들과 GV 등을 통해 만났다.

일본보다 추운 한국의 겨울을 연달아 경험했지만, 멤버들은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먹어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한국어에 능통한 지한파로 알려진 와카이 히로토(29·기타)는 "네, 너무 추워요. 근데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많이 먹고 한국 '잼스'(JAM'S·팬덤명)를 만나서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물냉면하고 비빔냉면 두 개 다 먹었는데, 난 물냉면파"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후지사와 료카(32·키보드)는 그토록 염원하던 '닭 한마리'를 먹었다고 했다. "이전부터 한국에 오면 정말 먹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게 돼 너무 기뻤습니다. 매운맛과 단맛이 섞여 있어서 정말 좋았고요. 몸이 따뜻해져서 더 좋았어요"라고 웃었다.

지난 내한 당시 K팝에 대해 트렌드가 빠르다고 본 미세스 그린 애플은 최근엔 오모리 오모리 모토키가 작사, 작곡한 발라드 '올웨이즈'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 시스템의 J팝 걸그룹 '니쥬(NiziU)' 일본 미니 1집 '어웨이크(AWAKE)'에 싣는 등 K팝 신(scene)과 협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와카이 히로토(왼쪽부터), 오모리 모토키, 후지사와 료카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16. hwang@newsis.com

K팝 그룹 중에선 만난 적이 있는 팀이자 역시 밴드 사운드로 무장한 빅히트 뮤직 소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와 협업하고 싶다고 했고, 한국 밴드 중에선 예전에 컬래버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며 안테나 소속인 신예 밴드 '드래곤 포니'를 꼽았다.

2013년 밴드를 결성하고 2015년 미니앨범 '버라이어티(Variety)'로 메이저 데뷔한 미세스 그린 애플은 2019년 첫 전국 아레나 투어로 8만명을 끌어 모으며 인기 밴드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다 메이저 데뷔 5주년 기념일인 2020년 7월8일 첫 베스트 앨범 '5' 발표 동시에 '페이즈 1' 완결을 선언했다.

이후 약 1년8개월의 휴식 기간을 거쳐 2022년 3월에 '페이즈 2'를 열었는데, 이후 발표한 '댄스 홀' '케세라세라' 등의 빅히트로 일본 국민 밴드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7월엔 일본 아티스트 사상 최연소로 스타디움 투어를 열었다. 같으 해 11월엔 세계 최대의 음악특화형 아레나인 K 아레나 요코하마에서 10일간에 이르는 정기 공연을 펼쳤다. 이곳은 2만석으로 무려 20만명 규모로 콘서트가 치러진 셈이다.

또한 빌보드 재팬이 지난해 12월6일 발표한 2024년 연간 차트(집계 기간 2023년 11월27일~2024년 11월24일) 중 아티스트 차트 '아티스트 100'에서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의 오모리 모토키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16. hwang@newsis.com

'페이즈 2'를 시작한 이후 약 3년이 됐는데 이 페이즈 출발 당시 목표했던 것이 얼마나 이뤄졌을까.

오모리 모토키는 "'페이즈 2'에선 밴드라는 인상보다는 저희를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즐기실 수 있다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저희가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마음속으로 생각한 건 많지만 지금은 다 말씀을 못 드리는 점 너무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곡들은 스포티파이 재팬을 비롯 일본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앞서 언급한 세 곡을 비롯 '인페르노(Inferno)', '아오 토 나츠(Ao To Natsu)' 등 21곡이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재생수 1억 회를 돌파했다.

오모리 모토키는 그럼에도 신곡을 쓰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왜냐면, 제가 작곡하는 곡은 실은 저희들끼리 즐겁고 싶어서 만든 곡이기 때문이죠. 저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주는 부담감은 현재 실로 느껴지지 않아요."

한편, 미세스 그린 애플은 최근엔 하이브(HYBE)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공식 커뮤니티를 오픈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공식 팬클럽 '링고 잼(Ringo Jam)'의 일본 팬클럽 플랫폼과 위버스 ID 연동 기능도 제공한다. 위버스는 이날 진행한 미세스 그린 애플의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 영상을 추후 미세스 그린 애플 커뮤니티 '미디' 서비스'를 통해 공개한다.

미세스 그린 애플은 국내 첫 팝업 스토어도 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 플러스(YG PLUS)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리벳(LIVET)과의 협업을 통해 미세스 그린 애플 첫 팝업 스토어 'MGA 팝-업 인 서울 코리아 2025'를 오는 19일까지 서울 중구 theSameE 명동점에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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