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여명 6개월미만 척추전이 폐암환자도 재수술"
"척추수술 18년…모든 환자 '첫 환자'처럼 대해"[서울=뉴시스]척추 변형 수술과 재수술이 전문영역인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2025.02.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이탈리아 콜로세움,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세계적인 건축물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본연의 가치와 생명력을 지니는 이유 중 하나로는 '견고한 기둥'이 꼽힌다.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를 바로 세워 환자들에게 새 삶을 열어주는 '고난도 척추수술 명의'가 있다. 척추 변형 수술과 재수술이 전문영역인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진료실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척추 재수술은 탐험을 통해 히말라야의 새로운 봉우리를 점령하듯 지도 없이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과 같다"면서 "훨씬 더 힘들지만 수술이 잘 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환자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모두 섭렵한 조 교수는 까다로운 척추 재수술에 일가견이 있다.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재수술을 고려한다. 재수술은 집도의의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고,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수술 후 합병증이나 후유증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
조 교수는 성인 척추변형 수술에 대한 연구로도 주목 받았다. 국내 최초로 성인 척추변형(꼬부랑병) 환자에게 5마디 전방 유합술을 시행했고, 결핵성 후만증(곱추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절골술 및 신교정 수술에 대한 최초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척추변형 수술에서 천추 갈고리를 활용한 수술법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척추 후방 접근을 통한 전방용 케이지 삽입 수술법(신경 손상 없이 척추체의 전면에 대형 체간 이식편인 전방용 케이지 이식)을 시행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허리통증은 살면서 흔히 겪게 되는데요. 단순한 허리통증과 척추질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단순한 허리통증은 대개 허리 주위로 국한되는 반면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은 보통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리 등까지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됩니다. 허리통증 중 15% 이상은 척추 문제로 인한 통증으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데요.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퇴행성 측만증, 결핵성 척추염이 대표적이죠.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 저림, 보행할 때 다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 등 다양한 감각이상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마비까지 올 수 있습니다. 허리통증이 한 달 이상 가면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척추수술 실패율과 재수술율은 얼마나 되나요?
"성인 척추변형은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과 달리 복합적인 요인으로 수술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 실패율이 30% 정도 되고 이중 재수술율은 3분의1 정도 됩니다. 성인 척추변형 환자의 경우 골다공증 등 기저질환이 한 두개 없는 경우가 없는데요. 장(長)분절이여서 수술 시간이 길고 출혈량도 많고 마취 시간도 길다 보니 재수술 성공률이 다소 낮습니다. 재수술 경험이 풍부한 척추질환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죠."
-척추수술 재수술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병원 10곳을 전전하다 찾아온 환자가 있었습니다. 기저질환도 많고 수술이 까다로워 재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만성 통증으로 우울증까지 앓고 계시더라고요. 그 상태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으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응급 수술을 했고 환자와 보호자가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치료에 희망을 갖게 된 것이죠."
[서울=뉴시스]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환자에게 척추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2025.02.16. photo@newsis.com.
-보통 재수술은 까다로워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재수술은 힘들지만 가장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죠. 젊은 시절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두루 거치며 성인 척추변형 수술과 재수술에 필요한 술기를 단련했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는 것은 기본적인 사명이기도 하지만 특히 환자에겐 인생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척추수술로 장애가 생길까 두려워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도 많은데요.
"환자의 80% 이상에게 '수술할 정도가 아니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마비가 있거나 대소변도 잘 가리지 못할 정도이거나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척추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척추 질환 예방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퇴행성 변화를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평소 척추 기립근과 장요근을 활용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요통의 빈도나 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누워서 어깨너비 만큼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천천히 올렸다 내려주면 척추 기립근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15~30회 정도 하루에 2~3번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순요통 뿐 아니라 디스크 환자에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또 1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특히 등받이 없는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게 가장 좋지 않죠."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암이 척추까지 전이돼 여명이 6개월이 채 남지 않는 폐암 환자를 진료했던 적이 있습니다.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척추수술 주니어였던 제게 오신 겁니다. 환자는 밤잠을 못 잘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일어나 앉지도 못했지만 수술이 까다롭고 수술 후 마비가 더 심해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가 삶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환자분의 말에 수술을 해 드렸고 이후 걸어다니실 수도 있게 됐어요. 퇴원하실 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은혜를 꼭 잊지 않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수술을 해 드렸을 겁니다."
-척추질환 의사로서 환자를 보실 때 마음가짐이 있으시다면요.
"척추 수술만 18년 했는데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환자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환자 개개인의 인생이 제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이 분이 첫 환자이고, 나의 첫 수술이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첫 환자를 수술했을 때의 흥분과 긴장감을 떠올리면서 항상 처음처럼 임하고 싶거든요. 평생 즐겁게 살려면 주위 사람들을 섬기라는 말도 있듯 저에게는 환자 한 분 한 분을 섬기는 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