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 비율, 의사 없는 섬, 1인당 의료비, 중증환자 유출률 '전국 1위'
정부 '2026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시사에 전남도 "대국민 약속 지켜야"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힌 가운데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국·공·사립 의대가 단 한 곳도 없는 전남에서는 "의대 증원과 신설은 별개"라며 정부가 공개 약속한 전남 의대 신설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대 불모지'인 전남에 첫 의대 신설은 명분과 시급성이 차고도 넘치는 만큼, 정치적 변수와 의정갈등에 휩쓸려 지연되거나 백지화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14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해 논의한다면 2026년 의대 정원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30여 년 숙원사업이자 정부의 약속으로 국립 의대를 추진 중인 전남도는 의대 정원 증원 논란과 의대 신설은 별개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 기자간담회와 송년 기자회견에서 잇따라 의대 신설을 콕 집어 언급하며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은 정부의 대국민 약속으로,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하고, 설립 당위성과 행정 연속성 차원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신설은 승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 개교하기 위해선 2025년 3월까지는 정원 배정이 확정돼야 한다"며 "3월 정원 배정이 무산될 경우 '플랜B'를 검토하겠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다.
통합 의대 신설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립대 간 통합에 전격 합의한 목포대와 순천대, 전남 의대 설립 범도민추진위원회도 뜻을 같이하며, 의대 신설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전남이 처한 열악한 의료 현실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노인·장애인 비율이 각각 25.6%와 7.6%로 전국 1위고, 의사 없는 유인도 역시 무려 164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음에도 지방의료원 10개과는 휴진 상태이고, 공중보건의는 급감하고 있는 게 전남 보건의료의 현주소다.
여기에 1인당 의료비가 242만 원으로, 경기도(161만 원)의 1.5배에 이르며 전국 1위고, 중증 응급·외상환자 유출률도 각각 48.9%, 49.7%로 나란히 전국 평균의 2배로 가장 심각한 데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 유출도 70만 명에 1조5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생사를 가르는 긴급환자 이송시간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골든타임 확보가 버거운 실정이다.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대전은 43.4분인 반면 전남은 112.9분이고,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대전 89.4분, 전남 216,2분으로 2배 이상 걸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 주관 의료혁신 간담회에서 문춘원 생활ESG행동 대표는 "의대가 전남의 숙원사업이 된 지 무려 30년이나 지났다"며 "과거 100만 서명운동까지 했지만, 진즉 만들어졌어야 할 의대는 여전히 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전국 농수축산물의 60% 이상을 전남에서 생산해 전남을 '생명의 땅'이라고 부르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모두들 국가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전남은 고정 인구, 의료수요가 많은데 비해 인구 1000명 당 의사수가 1.7명에 그치는 등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며 "지역 의료와 필수의료 혁신작업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