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당선, 기쁘기보단 무거운 책임감 느껴"
"현장에서 교사 지원·보호하는 체계 만들 것"
AI교과서, 늘봄, 유보통합 등 속도 조절 강조
최근 시국엔 "안타까워…교육은 정상화돼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선생님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교총이 나를 지켜준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드리겠다."
강주호 신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으로 당선된 강주호 회장은 지난 13일 뉴시스와 만나 현장 교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강조했다. 현직 교사 출신으로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교원보호 119 시스템을 만들어 현장 교사에게 달려가 지원하고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AI디지털교과서와 늘봄학교, 유보통합 등 교육계 산적한 개혁 과제는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대해선 "안타깝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교육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
-지난 11일 제40대 회장으로 당선되셨다. 소감은.
"회장 당선으로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너무나 어려워한다. 선생님들이 아프고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교총 회장직을 수행하겠다. 사심없이 학교 선생님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겠다."
-이번 선거는 전임 회장의 사퇴라는 아픔을 딛고 치러졌다. 또 교총에서 처음으로 30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에 교총 회원들이 회장에게 바라는 게 경험과 연륜이었다면 지금은 옆반 선생님처럼 문제 해결에 앞장서서 달려와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회장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교사들이 교단에 서게 된 꿈을, 소신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 출마했고 이런 걸 회원들이 표로 화답한 것 같다."
-교권 침해와 악성민원은 대표적인 교사 고충으로 꼽힌다.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교원보호119 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교사들은 아이들을 소신과 열정으로 가르치고 싶어하고, 그런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것을 느낀다. 무너진 학교 현장을 좌시할 수 없어서 회장직에 도전한 것이다.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교원보호119 시스템을 만들겠다. 현장에 달려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하고 보호하는 체계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또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학교폭력 범위를 교육활동 중으로 제한하고 학생인권보장특별법을 저지해 선생님과 학생 모두의 인권이 보장 받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선생님들이 어렵고 힘들 때, 말도 안 되는 무고성 신고를 당했을 때 교총이 나를 지켜준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드리겠다.
-과도한 행정업무도 교사들의 고충 중 하나인데.
"내가 교무부에 있을 때 학교를 190일 가는데 공문 기안문을 200개를 썼다. 하루에 1개 이상의 기안문을 만든 것이다. 교복 공동구매 업무를 맡았을 땐 폴리에스테롤이 얼마나 포함돼있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그럴 때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행정업무는 핀란드의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사회의 복잡한 업무가 학교로 오면 모두 교사에게 간다. 행정업무를 완전히 분리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첫 검정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가 심사를 통과해 학교별로 채택 절차를 앞두고 있다. 회장은 어떤 입장인가.
"현장 교원과 교육감협, 교총의 요구를 수용해 도입 속도 조절, 교사 업무 부담 해소 등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현장에서 교사가 AI디지털교과서를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효과를 검증해 가며 확대 여부와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사에게 추가적인 업무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
-늘봄학교는 학부모들의 수요는 높은 반면 일부 현장에서는 반발도 있는 게 사실이다. 늘봄학교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이에 늘봄학교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늘봄학교로 인한 교실 부족 문제, 교원 업무 부담 문제, 학교별 예산 부족과 낭비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은 확대일로에 있어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교육당국의 특단의 대책 마련과 속도 조절이 절실하다."
-유보통합에 대한 견해는.
"현재 유보통합 논의 과정에서 국공립유치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할 비전과 지원책이 사실상 없어 현장의 우려가 크다. 특히 노후화된 국공립유치원의 시설 개선이 시급하고 비본질적 업무 과다 등 교원 근무 여건 개선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상향식 유보통합,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질 높은 유보통합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국공립유치원 지원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방안, 교원 자격체제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속도 조절과 의견 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학생의 진로, 관심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개설, 학습하는 방향에는 공감한다. 다만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가르칠 교사를 충분히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2028 대입제도가 발표됐으나 진로별 교육을 지향하는 고교학점제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학교현장에 대한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 정치적 권리 보장은 교육계 오랜 난제 중 하나다. 교사에게 공무담임권은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입장인가.
"정치 권리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이다. 최소한 교수 수준의 정치 권리가 교사에게도 필요하다. 교총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단계적으로 확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초·중·고 교원의 공무담임권은 조속히 보장해야 한다. 유·초·중·고 교원이 대학교수처럼 사직 없이 국회의원, 교육감 등 공직에 진출해 전문성을 발휘해야 교육이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교육 본질을 추구할 수 있다. 그 외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해서는 회원 의견 수렴과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과 이어진 일련의 혼란 속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아직 없다. 회장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많은 선생님이 현 시국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려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은 많은 정치적 혼란과 국가적 위기에서도 교육은 계속돼 왔다. 그 중심에 묵묵히 교단을 지킨 선생님이 있었다. 어떠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교육은 정상화돼야 한다. 교육자와 학생들이 흔들림 없이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조속한 국정 안정 방안을 마련해 국가와 교육을 안정화하길 촉구한다."
-올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초등 의대반, N수생 등이 급증하면서 교육 현장은 또 입시의 블랙홀에 빠졌다.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 제도 전반에 관해 의견이 있다면.
"입시가 정치에 의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조변석개하는 입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혼란이다. 그 와중에 최대 피해자는 바뀐 입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임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2028학년도 입시안이 발표됐다. 적용하면서 시간을 두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교육적, 사회적 논의를 거쳐 보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현장 교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학생에게 미래를 살아갈 기초 소양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학교가 잘 하도록 지원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 교육을 잘 받았는지 평가하는 입시여야 한다. 입시가 학교 교육을 종속해 좌지우지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