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P, 3년 만에 각자대표 체제 전환…서수길, 대표 복귀
아프리카TV 성공 주역…NFT·메타버스·AI 등 신사업 발굴 주력
서 대표 리더십 아래 글로벌·신사업으로 실적 순풍 이을지 주목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아프리카TV(SOOP 전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수길 SOOP 최고BJ책임자(CBO)가 SOOP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3년간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서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사업, 신사업에 주력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플랫폼 새 경쟁력으로 내세운 서 대표가 치지직과의 격차를 벌리면서도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10일 SOOP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정찬용 단독 대표 체제에서 서수길, 정찬용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서 대표는 2021년 12월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SOOP은 서 대표가 글로벌·신규 사업 추진을 통해 SOOP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인 미디어 생태계 주역으로 평가 받은 '케빈' 서수길
2011년 SOOP 전신인 나우콤 대표를 맡은 서 대표는 2013년 사명을 '아프리카TV'로 변경하며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했다.
서 대표가 10년 동안 이끈 아프리카TV는 국내 인터넷 1인 방송 시장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았다. 유튜브 대중화 이전 크리에이터가 주목받을 수 있는 창구 중 사실상 유일했다.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감스트(김인직), 쯔양(박정원) 등 지상파로 진출한 방송인이 처음으로 방송을 시작한 곳도 아프리카TV였다.
또 서 대표는 e스포츠 등 신규 콘텐츠 육성에도 힘써왔다. 스타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카트라이더 등을 기반으로 수많은 e스포츠 대회를 열면서 게임 팬을 새 시청자로 끌어들였다. 스트리머가 참가하는 게임 대회 '멸망전'도 SOOP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케빈'이라는 닉네임으로 BJ 활동도 펼치며 이용자와의 소통도 주도했다.
◆블록체인·NFT·메타버스 신성장 동력으로 본 SOOP, 결과는 암울
서 대표는 2021년 12월 대표직 사임 당시 주주서한을 통해 아프리카TV의 향후 10년을 위해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아프리카TV는 NFT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AFT마켓'을, 2022년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프리블록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프리블록스에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데 AFT마켓에서 구매한 BJ 아바타를 프리블록스 아바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서 대표는 인기 BJ 하이라이트 영상, 3D 아바타 등을 NFT로 거래하는 등의 형태로 다양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SOOP 신사업은 실적 상승에 견인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OOP은 지난 8월 AFT마켓 서비스를 종료했다. NFT 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부진을 겪은 탓이다. SOOP이 매 분기 발표하는 실적 발표에서도 프리블록스 성과는 부각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 사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는 트위치가 떠나고 네이버 치지직이 들어섰다. 치지직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e스포츠 대회 콘텐츠를 확보하고 자사 파트너 스트리머를 끌어모았다. 결국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앱 월 이용자 수(MAU) 부문에서 SOOP을 제쳤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SOOP 앱 MAU(추정치)는 240만3497명으로 치지직(242만1729명)보다 1만8000여명 뒤처졌다. 다른 앱 데이터 분석 기관에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한때 치지직이 SOOP을 제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인덱스에서는 치지직이 SOOP을 제친 게 이번이 처음이다.
◆SOOP, AI·글로벌 사업으로 실적 순풍 이어갈까
NFT 사업에서 쓴맛을 본 서 대표는 SOOP의 새 경쟁력을 AI와 글로벌 시장에 걸었다. 서 대표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에서 AI 솔루션 '싸비(SAVVY)'와 '수피(SOOPI)'를 공개한 바 있다.
싸비는 스트리머의 개성과 활동에 기반해 방송 중 잠시 자리를 비워도 AI가 영상을 생성해 이용자들에게 끊김 없는 재미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스트리머 외모와 분위기를 재현해 3분간 춤을 추거나 원하는 설정에 따라 방송을 유지할 수 있다.
수피는 '나의 영상 비서'라는 콘셉트로 각 이용자 시청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수피는 이용자 콘텐츠 선호도를 학습해 최적화된 스트리머·콘텐츠 추천, 놓친 영상 다시보기 등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또 SOOP은 지난달 글로벌 플랫폼을 정식 출시하며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시작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아 시장 확장을 이끈 최영우 글로벌사업부문장(상무)을 신임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했다.
SOOP이 이번 리더십 개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OOP의 올해 연매출과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4302억원, 1171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3.8%, 29.7% 증가한 수치다.
SOOP은 유저와 스트리머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