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고, 가을이 걷기에 딱 좋다. 다른 계절에는 생각조차 안 했던 걷기를 가을에는 일부러 하려고 노력까지 한다. 다행히도 광주 도심에는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특히 광주 남구 백운광장에서 조선대학교를 지나 광주역까지 이어지는 푸른길은 그야말로 대표 산책길이다.
그 푸른길이 가을에는 이름값을 못 한다.
산책로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에 울긋불긋 물이 들면서 온통 붉은빛을 띠기 때문이다. 노랑부터 주황, 빨강까지 갖가지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을 보고 있으며 걷기의 무료함과 고됨이 한 번에 가신다.
하지만 올해는 입동이 지난 지금까지도 붉은빛보다 초록빛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이번 주말에도 낮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올랐으니 가을다운 가을을 느끼기 쉽지 않다. 푸른길에 조성된 청단풍 길도 여전히 초록빛이다.
여름에는 그렇게도 시원해 보이던 청단풍이 지금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차갑다 못해 시리다.
도심 곳곳의 은행나무도 여태 푸릇푸릇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널뛰듯 변하는 기온에 단풍이 좀처럼 기세를 펴지 못해 가을의 운치가 예년만 못해 아쉽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지각 단풍에 이어 초록 낙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을철 일조량이 줄면서 나무가 잎에 영양분을 뺏기지 않기 위해 떨어뜨리는 것이 낙엽인데 올해는 가을이 생략되면서 한창 광합성 중인 초록 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이로 인한 생활 속 불편함과 피해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명목은 조직 개편과 확대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다. 조직의 이름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이상기후에 즉각적인 변화를 끌어낼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틔우고, 키우고, 무르익고, 지고… 사계절이 모두 제 계절다워야 한 해가 비로소 완성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사라질지 모르는 계절들을 붙잡고 고민이 커진다.
환경부가 됐든 기후환경부가 됐든 사라지는 사계절을 보고만 있지 않길 바란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