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ACC 미래상' 김아영을 들여다보다

입력 2024.11.10. 13:15 수정 2024.11.10. 15:07
문화전당, 9일 극장3서 대담회 개최
‘딜리버리 댄서의 선’ 작품 뒷 얘기
인공지능·게임엔진 등 활용 의미 설명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중 일부. ACC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게임엔진으로 펼친 가상의 공간에서의 배달 라이더들의 삶을 담은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공개한 ACC 미래상 초대 선정자인 김아영 작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대담회가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지난 9일 오후 3시 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ACC 미래상' 첫 수상자이자 미디어아트 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김아영 작가의 전시와 연계한 '전시 대담'을 개최했다.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공개한 ACC 미래상 초대 선정자인 김아영 작가가 제작 과정을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300여명이 들어설 수 있는 대담장은 시작 10여분 전부터 김 작가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당초 2시간을 예상했던 날 대담은 관객들의 질문세례와 호응이 높았던 작품 뒷 이야기로 30분 정도 늦춰지기도 했다.

대담에서는 김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과 게임엔진 등을 활용해 제작, 지난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ACC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복합전시 1관에서 진행되는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의 제작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의미, 시간과 공간, 근대성 등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언어로 작품 세계를 구현한 김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김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한 ACC 오혜미 학예연구사, 오래 전부터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김해주 선임 큐레이터 등이 대담자로 참여하며 심오한 작품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중 일부. ACC 제공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 텅빈 거리를 누비던 배달 라이더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실재하는 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네비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종속된 삶을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전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는 가상의 서울을,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 '노바리아'를 배경으로 배달 라이더들의 삶을 재해석했다.

그는 "달리는 장면을 구상할 때는 위상 수학에서의 '알렉산터의 뿔달린 구'라는 도형을 차용했다. 끝나지 않는 무한의 도형을 배달 라이더들이 무한히 달리는 도로 모형으로 구현했다. 작품 속의 다양한 장면을 구상할 때는 무용수들의 몸짓을 모션캡쳐하거나 AI로부터 쏟아지는 무수한 장면을 골라내는 작업, AI에서는 구현되지 않는 장면에 대해서는 게임엔진을 활용했다"며 "시간이 촉박해 밤샘 작업도 자주 했다. ACC 미래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것과 전작을 뛰어넘는,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나라도 직접 가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이 전시됐을 때는 '해냈다'는 마음에 안도감이 컸다"고 전했다.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공개한 ACC 미래상 초대 선정자인 김아영 작가와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김해주 선임 큐레이터가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ACC 오혜미 학예연구사, 김아영 작가,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김해주 선임 큐레이터.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오혜미 큐레이터는 "김 작가를 오래 알았는데 10여년 전의 관심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북극성' 작품에서도 별자리의 관계를 구성했던 평면작업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도 해시계와 별자리를 차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사운드와 평면, 영상으로 시간을 재구성한 이번 작품을 보니 과거 김 작가의 작품이 하나씩 떠올랐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작가는 ACC 미래상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ACC 미래상은 혁신적인 미래 가치를 가능성을 확장시킨 창조적인 예술 언어 생산자를 발굴하고자 제정됐다. ACC는 격년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작품 중 일부. ACC 제공

한편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가상의 공간 '노바리아'에서 배달기사로 만난 두 주인공이 소멸된 시간관을 담은 유물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겪는 새간의 충돌을 과감하고 새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해당 전시는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장 클라우스 비센바흐, 영국 미술평론가 루이자 벅, 도쿄 모리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 등으로부터 꼭 봐야할 전시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3일 기준 4만 8천500여명의 시민이 관람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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