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원 6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9명은 인근 해상에서 함께 조업하던 선단선 103금성호와 12금성호에 의해 구조됐다. 한국인 선원 주(56)씨와 한(53)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금성호 실종 선원들은 대부분 부산과 통영 선원들로 파악됐다. 청천벽력 같은 사고 소식을 접한 선원 가족들은 김해공항 등에서 항공기를 타고 속속 제주에 도착, 오후부터 한림읍 어선복지회관에 마련된 통합 상황실과 가족 대기실을 찾았다.
이날 부축을 받으며 도착한 한 여성은 행정안전부 관계자를 만나자 마자 "죽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요. 저희는 절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족들도 "아직 살아있다"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 "하루 빨리 실종자들을 신속하게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금성호는 이날 오전 5시13분께 수심 약 87m 아래로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성호 선체가 수습되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왜 복원력이 상실됐는지 여부는 선원 등 관련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야 인과 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 "사고 선박 선원들이 안정을 충분히 취한 뒤,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하역하던 금성호는 첫 번째 하역 작업을 마친 다음 두 번째 하역을 위해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복원력을 잃고 급작스럽게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 선박에서 금성호 구조 작업에 나섰던 선원 A씨는 "하역 작업을 마친 135금성호가 점점 기울어지는 걸 봤다. 오른쪽으로 40~50도로 기울어서 '이거 위험하겠다' 싶어 선장님께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135금성호가) 20~30초 만에 뒤집어졌다. 평평한 상태에서 전복까지 1분도 안 됐다"며 "곧바로 선원들이 배 주변 해상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선원들이 헤엄쳐서 뒤집어진 배 위로 올라오라 오기도 했고, 해상에서 손을 흔들며 '살려주세요' 외치는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또다른 선원 B씨는 "제가 봤을 때 이미 금성호 아래 프로펠러가 수면 위로 보였다. 그 위로 선원 12명이 있었다"며 "저희 배에 8명이 탑승했었는데, 순간 너나할 것 없이 구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B씨는 "줄로 묶은 구명부안 2개를 사고 어선 쪽으로 던져서 선원들이 잡으면 당겼다. 배 위에 있던 선원들을 모두 구조하고 난 후 추가 생존자가 있을까 해서 해상을 살피던 중 2명을 추가로 구조했다"고 말했다.
당시 파도는 심하지 않았으나 새벽 시간대여서 시야가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고 B씨는 덧붙였다. 이날 135금성호를 포함해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들 모두 '만선'으로, 고기를 매우 많이 잡았다고 한다.
B씨는 "당시 금성호 항해사 C(43)씨가 구조 작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해상에 있던 선원들을 뒤집어진 배 위로 올리고 저희 구명부안에 선원들을 태우고 난 뒤 제일 마지막에 저희 배로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경은 이날 오전 8시39분께 어탐기 등 수중수색장비를 통해 최초 사고해점에서 북동쪽으로 약 370m 떨어진 곳에서 금성호의 침몰 위치를 확인했다. 오후 1시께 어선 주변을 중심으로 수중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함정 23척, 해군 3척, 관공선 4척, 민간어선 13척 등 함선 43척과 항공기 13대가 전방위적 해상 집중 수색을 진행했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하자 "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현장의 가용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수색·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유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제주도와 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 구조 과정에서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지검은 이날 금성 호 침몰 사고 전담 수사팀(팀장 최용보 형사2부장검사)을 꾸렸다. 해양 담당 3개 검사실이 동원됐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