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녹취록, 공천 개입 등 해명에 "하나마나 한 말"
각종 의혹 관련 답변에 "부인으로 일관, 납득 어려워"
광주·전남 정가, 여 "본질에 부합" vs 야 "분노만 돋아"
[광주=뉴시스]박기웅 김혜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지켜본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 없는 변명에 불과했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무리한 정치 공세에 대통령의 소상한 해명"이라는 여당과 "부실한 해명으로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이라는 야당의 평가가 엇갈렸다.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통화 녹취로 제기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질문이 나오자 TV로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윤 대통령이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고, 누구를 공천 주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하나마나 한 얘기"라며 탄식이 나왔다.
여론조사 조작과 김건희 여사의 인사·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듣던 시민들은 "예상했던 바"라고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시민 이모(76)씨는 "어떻게 명씨와 인연이 닿았는지부터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했다"며 "이번에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선모(39)씨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부터 시작해 인사·선거 개입 등 국정농단 여부에 대한 의혹이 많다"며 "정작 이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갔다. 부인 편들기만 하다 끝났다"고 토로했다.
정모(39)씨는 "대통령은 김 여사 리스크와 (명태균)녹취록에 대해 모두 부정했다"며 "헌정 질서를 흔드는 공천 개입과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래서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담화문 중 '진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은 대통령 본인이 아직까지도 국민통합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나서 분열된 대한민국이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도 "대국민 사과 배경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소통이 필요했다'고 밝혔다"며 "대국민 담화의 발단이 된 국정농단의 흐름 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고 사과문의 형식조차 없었다.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은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이고, 명태균씨 논란은 흔한 정치브로커의 일방적인 주장을 무리하게 의혹으로 키운 측면이 있어 대통령이 소상하게 해명했다"며 "당정의 관계도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중요한 지향점"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대통령 해명은 알맹이가 없어 오히려 성난 국민의 부아만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양 위원장은 "제일 중요한 김건희 여사 특검 거부에 대한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명태균 녹취 파일도 두루뭉술 넘어가는 등 알맹이가 없는 기자회견이었다"며 "김건희 라인이 없다는 해명도 부실하다. 오늘 기자회견으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만 쌓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