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를 한 달 미루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일 오후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를 주제로 한국금융학회와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한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에 이같이 반박했다.
그는 "8월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을 한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실기했다고 하고, 또 그 이후에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면서 총량 규제로 인해서 실수요자가 피해가 있고 관치금융이 다시 나타났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안정세가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의 협조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실기론 반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차 들린 미국 워싱턴D.C.에서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놓고 약을 쓴 다음에 명의라고 하는 견해와 다를 바 없다"며 실기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수형 한은 금통위원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기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보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왜 은메달 땄냐고 지적하는 꼴"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8월 대통령실과 여당은 금리를 동결했던 직전 8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논평을 내며 한은의 실기론이 불거졌다.
당시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 한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8월에도 충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시점이 또 지나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은 실기론이 거론된 이후 열렸던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2020년 5월 0.25%포인트 내린 후 4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3년2개월 간 끌고온 한은의 긴축 기조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최근 금리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경제 전망이 틀리면서 실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 8월 경제전망을 통해 3분기 성장률 전망치로 0.5%를 제시했지만, 3분기 성장률은 결국 예상치의 5분의 1인 0.1%에 그치며 부진했다.
이날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3% 상승해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1.6%)1%대로 하락해, 2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이 이어가며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