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리인하 시사…관건은 '집값·가계 빚'
주담대 8조2000억 증가…집값 상승세 지속
주택 공급 부족에 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가뜩이나 치솟은 집값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 인하가 침체한 실물경제 부양에 도움이 되지만, 집값 상승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2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상승 폭을 다시 키우고,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달 8조2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하는데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해 한국은행이 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불어난 가계 부채 규모와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를 섣불리 내릴 상황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계 부채를 줄이고,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정책모기지와 전세자금대출 등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8000억원 증가해 7월(+5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은 8조5000억원 증가했고, 기타 대출은 은행권과 2금융권 모두 증가하며 1조 3000억원 증강했다. 업권별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했다. 5조4000억원이던 전달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항목별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7월(+5조6000억원)보다 크게 늘며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8조2000억원) 가운데 은행 자체 대출이 6조4000억원에 달한다. 7월(+3조6000원)과 비교해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이 1.5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또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3조9000억원 증가해 7월(+4조2000억 원)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됐다. 보금자리론은 7월(-2조2000억원)에 이어 8월(-2조1000억원)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 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연내 기준금리를 0.5%p 이상 인하하면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정책 효과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2단계 스트레스 DSR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정책 효과가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스트레스 DSR으로만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착공 중단과 입주 물량 감소 등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추후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