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쳐서 줄이면 효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내 직급과 처우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통합되기도 전에 내부 갈등만 커지는 것 아닙니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산하 22개 지방공공기관을 11개로 재편하는 ‘자율 통합’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1개 전담팀이 한 달여간 머리를 맞대고 존속과 해산의 셈법을 따져보는 모양새다. 시·도는 기관 주도의 자율성과 고용 승계, 불이익 없는 통합을 원칙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장 공직자와 시민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40년 만의 광역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은 통합특별시의 성패를 가를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속도와 방식은 타당한가. ‘기관 주도 자율 통합’이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법인 해산에 따른 세금 부담, 직원 수, 건물 소유 여부 등 현실적 이해 다툼이 막판까지 치열하다.
과거 통폐합의 트라우마에서 보듯, 직급 하향을 강제하거나 복리후생·임금 격차를 방치한 ‘일방적 통합’은 반드시 내부 반목과 사기 저하를 부른다. 비대화 우려와 추가 인건비 추산 같은 현실적 과제 역시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을 묶는 일은 단순한 회계적 합산이 아니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 우리가 꼭 챙겨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피통합기관 구성원의 직급과 경력 가치는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둘째, 임금 및 복지 체계는 단기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눈높이를 맞춰 가야 한다. 셋째, 간판 교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출신 기관에 따른 파벌 싸움을 막는 공동 연수와 직무 재교육 등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융합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심리적·문화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업무 관행을 지닌 조직이 만나 화학적 결합을 이루려면, 일방적인 지시나 톱다운 방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숙의와 소통의 장이 상시 작동해야 한다. 경영평가 하위권 해소나 중복 기능 축소라는 재무적 성과만 좇다가는, 결국 조직 내 소외감과 이중 잣대 논란이 겹쳐 장기적인 공공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과거 분리의 아픔을 겪었던 연구기관이나 지역 거점 기관들의 사례에서 보듯, 물리적 결합 이후의 지속 가능성은 구성원이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장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톱다운 방식의 결합은 행정 공백을 낳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따라서 기관별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실시간으로 조율할 수 있는 독립적 모니터링 체계가 함께 가동되어야 비로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통폐합 과정에서 누락되기 쉬운 현장 실무진과 현업 부서의 목소리를 담는 별도의 채널이 요구된다. 대규모 재조정 속에서 행정 서비스의 공백이 1분 1초라도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불편은 그대로 주민의 일상으로 전가된다. 통합의 시계가 빨리 돌수록, 현장에서 숨 쉬는 실무자의 체감 안전망을 촘촘하게 다지는 세심한 보완 입법과 현장 점검이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여기에 더해, 양적 통폐합의 그늘에 가려져 자칫 놓치기 쉬운 지역별 맞춤형 민원 대응 체계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통합 청사 간 물리적 거리로 인해 행정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 지역의 경우, 모바일 기반의 원스톱 민원 연계 시스템이나 찾아가는 현장 행정 거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행정 체감 온도의 지역적 편차를 사전에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통합 이후 지방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견제 장치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덩치가 커진 통합 기관이 관료화되거나 방만한 경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성과·감사 평가 시스템을 상시 가동하고, 경영 성과의 과실이 특정 거점에 편중되지 않도록 배분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하는 제도적 담보가 수반되어야 진정한 상생의 메가시티로 연착륙할 수 있다.
아울러 광주(본청)·무안(전남도청 소재)·동부권(순천) 을 아우르는 기능별 분산 배치 원칙이 공공기관 통합에도 녹아들어야 한다. 본사는 핵심 거점에 두더라도 지역 본부나 연구 기능은 실효성과 체감도가 높은 현장에 밀착 배치해야 한다. 서로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함께 사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하는 사람의 불이익을 금지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는 거대 공기업의 숫자 줄이기나 관료적 효율성 수사에 있지 않다. 기관이 줄어들더라도 시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는 더 촘촘해지고, 일하는 구성원은 고용 불안 없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신뢰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통합 조례안이 행정 편의주의적 계산을 넘어, 사람을 품는 따뜻한 연착륙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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