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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in 에필로그] "기자의 기록도 역사·예술이 된다"

입력 2024.09.30. 16:25
[무등in 에필로그] 출품을 넘어선 '가치'
광주 파빌리온 초기부터 함께하며 교감·협업
비엔날레-광주시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
감독 "지역 언론과 협업했다는 부분 중요해"
"미술관에서 관람객 느끼는 문턱 낮춰줬다"
오는 12월 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2층 '광주 파빌리온' 전시관에서 무등일보와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이 협업한 '당신의 무등'이 전시된다. 한 관람객이 '당신의 무등' 작품 설명을 보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현직 기자가 이렇게 전시회와 직접 연결되는 건 제가 알기로는 첫 시도이고, 첫 결과물입니다. 생각해 보면 기자야말로 현장을 제일 많이 보고, 또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카이브이자 역사입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 삶의 모든 궤적이고, 목적물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연계성이 제일 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광주 파빌리온 연계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등일보와 협업한 작품인 '당신의 무등'(연재명: 무등in)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신의 무등'은 무등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광주 안팎의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한 프로젝트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본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국가와 도시, 기관이 주체가 돼 광주 전역에서 저마다의 주제로 펼쳐지는 전시다. 광주 파빌리온은 올해 처음으로 신설됐으며,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을 주목하기 위한 의도다.

올해 광주 파빌리온 주제는 '무등: 고요한 긴장'이다.

전시명은 정확히 '현장 인터뷰: 당신의 무등'이다. 단지 무등일보가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장에 놓은 게 아니다. 광주 파빌리온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시까지 지역 언론 기자가 교감하고 협업했다.

그 과정에서 '무등'이라는 단어가 광주시민들에게는 상징적 단어 이상으로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현상에 주목해 그 이유를 탐문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등을 상호로 쓰는 시민들부터 '보편적 가치'로서 무등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교감했다.

무등일보는 또다시 이 과정을 전시 결과물로만 남기는 게 아닌, '무등in'이라는 이름으로 지면에 8차례 연재했다. 또 개별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려 더 많은 시민이 '무등'을 가지고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무등일보가 광주비엔날레와 그 무대가 되는 광주,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이 '한 데' 어우러지면서 교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돼 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자'(언론)가 예술 영역에서 깊숙이 연계될 수 있다는 박 대표이사의 말이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표이사는 "이제까지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자의 기록물이 미술의 중요한 소재로 또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근데 이걸(당신의 무등) 보고 기자들이 하는 건 단순히 사회 현상에 대한 기록일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술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데서 무궁무진한 소재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 전 영역이 사실 기록물이 아닌 것이 없는데, 얼마든지 여러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며 "기자의 움직임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현장을 중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쌓이면 역사가 되고 예술의 전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안미희 광주 파빌리온 감독(전 경기도시립미술관장) 또한 결과물 자체보다 지역 언론과 비엔날레가 협업했다는 시도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파빌리온'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당신의 무등'을 보고 있다. '당신의 무등'은 '무등'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광주시민들을 만나 폭넓게 대화를 나눈 기록을 정리한 작품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안 감독은 "보통 전시회에서 기자와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광주 파빌리온의 중요한 부분은 지역 언론과 협업했다는 것"이라며 "첫 주제 구상 때부터 기자와 함께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는 언론 미디어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은데, 할 말이 많은 데도 말 못 했던 (과거의) 구조 때문에 (현재) 말하고 싶은 목소리가 큰 것 같다"며 "이것을 광주의 특수한 정체성으로 보고 있고 그래서 더욱 언론과 함께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당신의 무등'은 시립미술관 파빌리온 광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인다. 온통 '무등'인 전시관에서 광주시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자신'인 셈이다. 이번 전시가 그간 수많은 저항과 희생정신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써 내려온 광주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면, '당신의 무등'은 이번 전시가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당신의 무등' 인터뷰에 참여한 임수범 미술 작가는 "작가나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전시장에 막상 설치된 작품과 글을 읽으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평소 생각하지 않던 이야기들이 작가만의 방식대로 재구성된 것에 조금의 문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들이 자주 보는 지역 언론과 전시가 함께 진행되면서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다소 난해 할 수 있는 지점을 연결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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