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도체도 좋지만 골목 상권부터"···공실 늪 빠진 대학가

최류빈 기자
업데이트 2026.09.28. 20:20
조선대·전남대 대학로 들어서자 '임대' 속출
1층 목 좋은 터도 무방비…업종 불문 폐점
전남광주 공실률 전국 평균 상회 '빨간불'
28일 오전에 찾은 조선대학교 후문 상점가 일원에 상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 문구가 걸려 있다. 이날 취재진이 전남대 15만여㎡ (후문위~후문~복개도로 일원)와 조선대 6만7천여㎡(치과대학 앞~장동로 세란약국 사거리~지산로) 등을 오가며 확인한 결과, 육안으로 발견한 임대 안내문만 전남대 31곳·조선대 19곳이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전남광주 통합 특수요? 곳곳에 ‘임대’ 딱지 붙은 거 못보셨나 보죠.”

2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조선대학교 후문에서 만난 김윤정(60·여) ‘장미의 거리’ 상인회 총무의 말이다.

일명 장미의 거리는 조선대 후문에서 300여m 떨어진, 노포와 백반·고깃집·분식점 등 맛집들이 즐비한 대표적 ‘핫플’이었다. 180여개 점포가 들어선 골목마다 포장마차부터 치킨집, 노래방, 분식집까지 없는 게 없어서다. 조선대를 상징하는 장미꽃을 연계한 조형물과 화단이 이어지는 거리에는점심시간·공강 때면 학생들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다. 조대 후문 상점가의 랜드마크로 불렸던 이유다.

하지만 이날 붉은 장미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샛노란 ‘임대 딱지’다. ‘상가건물 전문 부동산 성업 중’이라는 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찾은 점포들은 예닐곱 곳 건너 한 곳 꼴로 문을 닫았다.

상인들은 10여년 전에 비해 달라진 풍경을 두고 “지역 상점가를 살려달라”고 했다. 이들 사이에선 “장미는 한 철이면 져도, 임대 딱지는 사계절 붙는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를 방증하듯 일부 상가 유리창에는 임대 딱지 위에 또 다른 딱지가 덧붙여져 있었다. 상가 안을 들여다보니 내부에는 집기류가 먼지를 쓴 채 방치돼 을씨년스러웠다.

공실 문제가 불거진 시점을 묻자 “3년여 전부터”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놨다. 전염병 탓에 돈독한 선·후배 문화 대신, ‘혼밥·혼술’ 등이 일상으로 굳어지면서 외식 문화 자체가 변했다는 거다. 김씨는 “요즘엔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한끼를 때우는 학생들도 많고, 회식 문화마저 사라져 상인들은 이중고에 처한 셈”이라며 “대학로에서 착한 임대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공실 문제를 키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전남대학교 후문 일원에 임대 안내문이 걸려 있는 모습.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같은 날 오후, 전남대 후문 풍경도 비슷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 거리로 나온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주요 길목을 조금만 비켜나도 임대 문구가 붙은 점포가 나타나서다. 한 가게를 지나 몇 걸음 옮기면 또 다른 안내문이 나왔다. 골목을 꺾자 2층 창문에도 임대 현수막이 나풀거렸다. 문을 닫은 가게 앞은 임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업종도 가리지 않았다. 스크린야구장부터 고깃집·재즈바·양식집 등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이날 취재진이 ▲전남대 일대 15만여㎡ (후문 위~후문~복개도로 일원) ▲조선대 6만7천여㎡(치과대학 앞~장동로 세란약국 사거리~지산로) 등 상권 일부를 오가며 확인한 결과, 육안으로 발견한 임대 안내문만 전남대 31곳·조선대 19곳이었다.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경영학과 이진서(24)씨는 “광주특별시 출범으로 반도체와 같은 큰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정작 느끼는 건 대학로나 골목 상권의 싸늘한 분위기”라며 “전남과 광주의 역량이 하나로 모인 만큼, 대학가에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대에서 상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공실이 늘면서 거래량 자체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시장 경색’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실)매물은 늘어가는 추세지만 일단 임대 딱지가 오래 붙어 있고 계속 가게가 바뀌어왔다는 걸 임차인들도 알아서 그런지 거래가 쉽지 않다”며 “거래 성사율도 5년 정도 전에 비하면 30%정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제시한 ‘시도·상가별 공실률 비교’ 데이터에 따르면, 올 2분기 일반상가 공실률은 전남이 13.70%, 광주가 16.50%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13.36%)보다 각각 0.34%p, 3.14%p 높은 수치다.

이는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양천갑)이 공개한 한국부동산원 ‘시도·상가별 공실률 비교’에 따르면 올 2분기 일반상가(중대형·소규모 상가 표본을 통합한 지표) 공실률은 전남 13.70%, 광주 16.50%로 각각 집계됐다. 전국 평균 13.36%보다 각각 0.34%p, 3.14%p 높은 수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에서 공실률이 올랐고, 전남과 광주 역시 2021년 1분기보다 각각 3.97%p, 3.60%p 증가한 것이다. 상승 폭은 전남이 전국에서 두 번째, 광주가 세 번째로 컸다.

‘목 좋은 자리’로 꼽히는 1층 상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같은 기간 광주의 1층 상가 공실률은 8.68%로 전국 평균 6.68%를 2.00%p 웃돌았다. 세종(11.12%), 대구(10.21%), 경북(8.95%)에 이어 전국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날 대학로 번화가 1층 상가 곳곳에서마저 ‘임대’ 안내문을 볼 수 있던 이유다. 황 의원은 “상가 공실 확대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고 내수 여건과 소비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 민생 경제의 신호”라며 “소상공인 지원과 경제 회복 정책이 상황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세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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