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농식품 분야의 저력 중 하나는 '로컬의 힘'이다. 각 지역의 자원과 문화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로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로컬 브랜드들은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담아 지구촌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부산물 처리까지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해 폐기물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노력을 들여다본다.

◆태즈메이니아 위스키 컴퍼니 '그린뱅크스'
호주에는 독창적이고 품질 높은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들이 전국 각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 태즈메이니아는 최근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세계적인 위스키 어워드를 잇따라 석권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 중심의 소규모 증류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
![]()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도전장을 내민 곳이 '그린뱅크스'(Greenbanks)다.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에서 25분 거리인 브리지워터에 자리한 그린뱅크스는 태즈메이니아 위스키 생산의 규모화와 함께 세계 각지 위스키 업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투 트랙'을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2023년 첫 생산을 시작한 이곳은 연간 약 300만ℓ의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24시간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태즈메이니아 전체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린뱅크스는 '로컬'과 '지속가능성'에 충실한 곳이다. 위스키를 만들어내는 원료는 보리, 밀, 호밀, 귀리, 옥수수 등 곡물로 모두 태즈메이니아산이다. 대용량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만큼 태즈메이니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0%를 사용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기여도가 크다.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양조장 내 모든 설비가 첨단 소프트웨어로 운영, 터치스크린 조작만으로 시설 가동이 가능하다.
존 슬래터리 그린뱅크스 수석 증류사는 "수백 개에 달하는 밸브와 스위치 등 장치를 화면상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며 "모든 공정을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두 명의 직원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부산물 활용이다.
공장 설비 구축 단계부터 부산물 전용 처리 설비를 도입해 쓰레기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위스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곡물을 젖소를 키우는 인근 농장에 공급해 사료로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휴 록스버그 그린뱅크스 공동대표는 "태즈매니아 위스키를 전 세계에 알리고 스코틀랜드, 일본, 미국과 같은 곳과 경쟁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며 "자체 상표 위스키는 물론 생산을 대행하는 분야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스키 분야에서 제조 기술 혁신과 함께 그린산업을 견인하는 증류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환경을 위한 끝없는 도전 '마닐드라 그룹'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보마데리를 거점으로 한 '마닐드라 그룹'(Manildra Group)은 설립된 지 73년 된 유서깊은 전통 식품제조업체다. 1천50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이곳은 호주에서 생산되는 '밀'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100% 호주산 밀을 건조해 빻은 밀가루를 비롯해 전분, 글루텐, 에탄올, 사료, 바이오연료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11개의 제조시설에 1천500여명의 직원들이 종사하고 있으며 연간 60만t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3천500개의 농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연간 360만 t이상의 호주, 밀, 사탕수수 등을 공급받고 있다.
마닐드라 그룹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하루 3천500t의 밀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1만t의 물을 재처리하는 과정이 이채롭다.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을 공장 밖 폐수로 흘려보내지 않고 재활용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공장 인근에 대규모 첨단 폐수처리 시설을 가동해 매일 발생하는 폐수를 완벽에 가깝게 재생하고 있어서다.
먼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대규모 야외 집수소로 모은다. 이곳에서 박테리아를 활용해 유기물을 분해한 후 최종적으로 호주 식수 기준에 맞는 물로 변환시킨다. 정화된 폐수 중 3분의 2는 공장 용수로 다시 사용되고, 나머지는 공장 옆 목초지로 공급된다. 목초지에서 사육되는 소들에게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남은 곡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먹인다.
집수조에서 폐수가 정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따로 모아 공장 보일러의 연료로 활용한다.
마닐드라 제분소 인근에 자리한 파이코헬스(PhycoHealth)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영양이 풍부한 폐기물을 활용해 해초를 재배하는 순환 경제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된 해초는 파스타, 간식, 건강 보조 식품 등 다양한 제품에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딕 호난 마닐드라그룹 회장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산업계의 필수 과제"라며 "마닐드라는 인류의 미래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밀알을 활용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완전한 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청정해역서 일구는 바다농장 '블루 하비스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해안도시 허스키슨에는 세계에서 가장 하얀 모래 해변을 보유하고 있는 저비스만(Jervis Bay)이 유명하다.
저비스만은 북동쪽에서 내려오는 난류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해 수산물 양식장의 최적지다. 이곳에 자리한 수산양식업체 '블루 하비스트'(Blue Harvest)는 2005년 새우양식으로 출발해 현재는 저비스만에서 20년 사용 허가를 받아 홍합과 굴을 양식, 판매하고 있다.
홍합이 판매되기까지 18개월이 소요되며 연간 600t의 홍합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의 수산양식업체인 이곳도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회사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별한 사료나 보충제 없이 순수하게 바닷물로만 키우는 홍합과 굴 모두 품질이 좋아 대형 마트나 고급 레스토랑에 주로 공급된다. 이와 관련 지속가능 국제 인증도 모두 획득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여기에 수확 또는 세척 과정에서 손상된 홍합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깨진 홍합을 가열한 후 살을 분리해 동결시키거나 건조 후 가루로 만들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사료 첨가제로 활용한다.
홍합 껍질을 닭의 사료 보충제로 활용하는 것도 추진중이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홍합 껍질이 닭은 물론 계란의 품질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보통 20% 정도의 홍합이 깨지거나 손상을 입는데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는 반려동물 첨가제를 만들고 있으며 사람들을 위한 제품 개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하게 바닷물로 키우는 양식은 물론 부산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넷 제로에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태즈메이니아=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