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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수온에 짧아진 양식기···김 산업 대응 필요하다"

입력 2025.03.18. 19:44
김영룡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김연구팀장
김영룡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김연구팀장.

"9월 중하순에 시작해 5월 초까지 했던 김 양식이, 이젠 10월 초에 시작해 3월이면 끝납니다."

김영룡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김연구팀장의 말이다. 온난화로 인해 김 양식이 예년에 비해 늦은 반면 빨리 마무리 되는 등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거다. 김 채묘(어린 김을 심는 과정)가 늦어지고, 양식 기간 자체가 짧아진 것이다. 폭염 등 고수온의 영향 탓이다.

그는 무등일보와 통화에서 "이론적으론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생산량이 줄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론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에선 고수온 탓에 김 양식이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김을 양식해 노하우가 쌓였지만, 10년 전보다 50%가량 줄어든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주로 만(灣) 내부에서 김을 양식하기 때문에 수온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문제는 양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이 노랗게 변색되는 '황백화' 현상도 나온다. 바다 속 영양염류 부족이 원인이다. 가뭄과 수온 상승 등의 후과다. 지난 2021년 전남 양식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남해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였다. 그는 "김은 육지에서 흘러오는 영양염을 흡수해 자라는데 가뭄이 심하면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지 못해 영양 부족 상태가 지속된다"며 "2021년 당시 완도·강진 양식장에서 황백화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등을 주문했다. 김 팀장은 "김 양식업자들이 기존 관행 등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기 보다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양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결국 고수온 등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함께 양식 방법 변화, 정부의 적극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남 지역 106개소에서 실시간 수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어민들도 경험 대신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양식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거다.

피해는 현실화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부족하다. 현재 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어민들과 협력해 고수온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개량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학원이 제공하는 수온에 따라 채묘 시기를 정하거나, 고수온일 경우 냉동망을 활용하고, 가뭄 피해에 대비해 재해 보험을 드는 식이다. 냉동망은 김 채묘 후 수온이 적절해질 때까지 냉동 보관했다가 양식하는 방식이다. 그는 "어장에서 특히 강한 개체들을 선별해 종자를 확보하고 시험 양식을 거쳐 신품종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품종 개발에는 최소 5~7년이 걸리므로 지속적인 연구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보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김 양식은 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실제 가입률은 낮다. 보험료를 국가에서 상당 부분 지원해주지만 여전히 비싼데다가 기후 문제로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없어서다. 김 팀장은 "정부가 기후 변화 피해를 보험 기본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보험료 부담을 낮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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