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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바다, 국민 생선 명태·정어리 어디로 갔나

입력 2025.03.11. 09:12
작년 표층 수온 57년만 최고
아열대 홍치 등 동해서 잡혀
한류성 어류 거의 자취 감춰
수산물 수입 물가상승 악순환
한반도가 더워졌다.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뚜렷했던 4계절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풍 등 자연재해 컨셉. 게티 이미지

◆ 수온 상승에 수산물도 변화

독하고 길어진 폭염의 그늘은 깊었다. 여름의 끝이 늦어지는 등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도 변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 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최근 57년(1968~2024)간 가장 높았다. 홍치·도화돔·만새기 등의 아열대생 물고기가 동해에서 잡히고, 해파리·곤쟁이 등 난류성 생물이 동해에서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난류 수역에서 볼 수 있는 산호가 나타나고, 따듯한 해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백화현상'이 남해는 물론 동해 연안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한반도가 더워졌다.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뚜렷했던 4계절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먹을거리 변화를 생성형 AI로 구성한 농작물 및 식탁 이미지.

평균 수온 상승으로 전반적인 어업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어군형성이 부진해지고 기존에 형성된 어장이 다른 바다로 이동하면서다. 해수면 온도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민 생선들은 자취를 감췄다. 난류성 어류가 많이 잡히고 한류성 어류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1년엔 16만5천천800여t(노가리 포함)이 잡혔으나, 95년 1만t 이하로 내려간 후 2008년부터 공식 통계상 생산량이 잡히지 않고 있다. 찬 물을 좋아하는 명태·정어리는 2100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워 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광주 서구 매월동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동에서 시민들이 구매할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무등일보 DB

문제는 기후 변화의 나비효과다. 해수 온도가 상승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피시플레이션'이 확산한다는 거다. '금(金)징어'로 불릴 정도로 귀한 몸이 된 오징어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 연간 20만t 가량 잡혔으나 지금은 생산량이 급감했다. 살오징어의 경우 지난해 기준 1만4천t으로 전년(2만3천t) 대비 42% 줄었다. 2019년(5만2천t)과 비교하면 73% 가량 떨어졌다.

멸치·고등어 등도 마찬가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명태는 러시아, 참조기는 중국으로부터 국내 수요 물량 대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수입량 증가는 수산물 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수온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어업 생산량이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국내 어업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의 경우 전년보다 5만t 줄어 전국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남지역 총 어업생산량은 186만658t으로 2023년 191만529t에 비해 2.6% 줄었다. 이 가운데 멸치·고등어·갈치 등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4만554t으로 전년 대비 1만9천665t(12.3%) 감소했다. 김·바지락 등 해면양식업과 송어·우렁이 등 내수면어업도 생산량이 모두 떨어졌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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