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가로수와 도시 그늘권 실태 등을 데이터로 기록·정리하는 작업이 처음 이뤄진다. 갈수록 심회되는 폭염 속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좌우하는 가로수의 생육 상태와 훼손 실태를 살피고, 그늘의 범위까지 수치화해 광주의 기후환경 실태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우리 도시가 방치해 온 ‘그늘 불평등’을 고발하고, 기본적 권리로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무등일보 ‘폭염 재난 시대, 햇볕 피할 권리’ 기획시리즈 등의 영향을 받아서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1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환경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2026 가로수 조사단’을 구성, 활동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조사단은 광주 동·서·남·북·광산구 등 5개 자치구에서 구별 500그루씩 총 2천500그루 이상의 가로수를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는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재개발을 앞둔 구간에 집중된다. 가로수의 위치와 수종,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벌목과 강전정(가지의 과도한 제거)이나 큰 줄기만 남기고 가지를 치는 두목치기 여부 등을 현장에서 기록한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가로수가 어떤 방식으로 훼손되거나 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그늘권’도 함께 조사한다. 무등일보와 공식 협업을 통해서다. 가로수 조사단은 나무의 수관 밀도와 그늘의 방향, 보행로 차폐 정도 등을 살펴 시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그늘의 범위와 상태를 수치화한다. 이를 토대로 무등일보는 그늘 불평등에 대한 공론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사 항목에는 취재진의 제안과 논의를 거쳐 마련한 1점부터 5점까지의 ‘그늘 형성 점수’도 포함됐다. 수관과 잎의 밀도, 보행로 차폐 정도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앞서 환경연합은 지난 3~4월 가로수 훼손 실태를 모니터링해 동구 계림동, 광산구 하남산단, 서구 상무·치평동 등 15곳에서 수관을 과도하게 제거한 두목치기 사례를 확인했다. 중앙근린공원 2지구와 계림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 등에서는 수십 년간 자란 대형 가로수 수백 그루가 이식 검토 없이 벌목된 사례도 조사했다.

지난해 실시된 ‘광주시 시민참여 가로수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가로수의 41.7%가 생육 불량으로 파악됐다. 가로수가 단순한 도시 경관 요소를 넘어 폭염과 보행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한편 가로수 조사단은 이날 사전교육을 거쳐 현장 조사에 들어간다. 조사단은 산림교육전문가와 자연환경해설사 등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팀장급 5명과 가로수에 관심 있는 시민 10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윤한솔 환경연합 활동가는 “시민들의 그늘권을 지키려면 이식이 어렵다는 진단만으로 벌목을 허용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며 “도로 확장이나 개발 단계에서 기존 대형 가로수를 살리는 설계를 우선 검토하고, 산림청 매뉴얼에 제시된 이식·보호 공법을 실제로 검토했는 지도 행정 절차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 자란 큰 나무를 베고 어린 묘목 몇 그루를 심는 방식으로는 기존의 그늘을 대체할 수 없다”며 “나무의 수령과 수관 규모, 실제 그늘 면적을 고려한 복구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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