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무더위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등 사회적 약자에 더 가혹하게 다가간다. 그래서 폭염은 자연재난임과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다. 도시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 아래, 시민들을 보호하는 첫번째는 작은 ‘그늘’이다. 누구나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보호 받을 수 있다.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 그늘은 누구나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무등일보는 우리 도시가 방치해 온 ‘그늘 불평등’을 고발하고, 기본적 권리로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무더운 폭염 속에서 도심 속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그늘막. 그러나 같은 광주 하늘 아래에서도 시민들은 ‘그늘 차별’을 겪고 있다. 무등일보가 광주특별시 5개 자치구가 설치한 그늘막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신규 택지지구일수록 그늘막이 촘촘하게 설치된 반면 단독·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노후 주거지역에는 그늘막이 뜨문뜨문 들어선 것이다.
취재진은 광주특별시 5개 자치구의 그늘막 설치 현황과 7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결합, 행정동별 전수 분석했다. 오늘 날 도심 속 시민들에게는 건강과 생존을 지키는 안전 인프라로 자리잡은 그늘막이 어떻게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늘막은 태양의 직사광선과 자외선을 차단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시설이나 천막을 의미한다. 지난 2015년 서울 서초구에서 도심지 보행자를 위한 시설로 첫 도입한 후 전국 지자체로 확대됐다.

현재 광주특별시 5개 자치구에는 총 843개의 그늘막이 설치됐다. 이를 행정동 단위로 살펴보면 자원 배분의 불균형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명확한 비교 분석을 위해 UN이 정의한 도시 정의 기준인 ㎢당 인구 1천500명 이상인 행정동을 대상으로 ‘인구 1만명당 그늘막 수’(그늘막 밀도)를 산출했다. 그늘막 밀도가 가장 높은 상위 행정동 5곳은 규모가 큰 상업지구이거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상업지구이자 택지지구인 서구 치평동은 인구 1만 명 당 그늘막 수가 19.69개에 달했다. 치평동에만 광주 전체 그늘막의 약 6.8%에 달하는 57개가 집중 설치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신규 택지지구인 효천지구와 용산지구가 위치한 남구 송암동(13.56개)과 동구 지원동 (11.63개) 또한 높은 그늘막 밀도를 보였다. 첨단2동(9.63개)과 서구 화정2동(8.75개) 또한 평균을 웃돌았다. 광주 최대 상업지구 중 한 곳인 첨단지구와 2015년 완공된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아파트(2천400세대)가 있는 지역이다.
반면 북구 매곡동의 경우 주민 1만2천700여 명이 거주함에도 설치된 그늘막은 단 1개에 불과해 인구 1만 명당 그늘막 수가 0.78개에 그쳤다. 북구 두암3동(0.86개)과 남구 백운1동(0.89개), 북구 운암2동(0.95개) 역시 인구 1만 명당 그늘막이 1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 빌라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주거 밀집지역이다.
이는 지자체가 그늘막 설치 장소를 선정할 때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교차로나 신도시 위주의 민원 반영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고령자와 같은 폭염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해 오히려 ‘그늘막 복지’가 절실한 지역일수록 오히려 그늘막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행정동별 인구 밀도와 교통약자 비율을 고려한 균형 있는 설치와 함께 원도심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맞춤형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상임대표는“원도심에 인도 폭이 좁아 그늘막 설치가 어렵다면, 지자체가 건물주와 협의해 건물 벽면이나 처마를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차양막을 설치하는 식으로 적극적인 행정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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