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대 광주 도심에서 오토바이를 함께 타던 20대 남녀를 차로 치어 1명을 숨지게 한 마세라티 뺑소니범이 검찰에 넘겨졌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사·상) 혐의로 김모(32)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도피를 도운 오모(33)씨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함께 넘겼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11분께 서구 화정동의 한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가 앞서가던 2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가 함께 타고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오토바이를 운전한 A씨도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 직후 사고 현장 근처에 마세라티를 버린 뒤 동승하고 있던 양모(30)씨와 함께 또 다른 김모(32)씨가 운전한 벤츠를 타고 달아난 김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도주 66시간 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9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오씨와 함께 긴급체포돼 지난 28일 구속됐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감안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양씨와 또 다른 김씨에 대해서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이날 열린 양씨와 또 다른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 중이며,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주거지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으며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다"며 기각했다.
조사결과 지난달 19일 태국에서 입국한 김씨는 사고 당일 양씨, 또 다른 김씨 등과 함께 서구 쌍촌동에서 술을 마신 뒤 2차를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 구간이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속도 감정 결과, 마세라티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보다 시속 20㎞를 초과해 주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집 CCTV 영상과 영수증 등을 확보한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적용을 위해 김씨의 몸무게와 마신 술의 양 등을 토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지만,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수치인 0.03%(면허정지)를 초과하지 않았다. 함께 술을 마신 또 다른 김씨는 0.03%를 웃돌았다.
경찰은 또 다른 김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하는 한편, 김씨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마세라티는 서울의 한 유통업체에서 소유 중인 법인차로 김씨는 입국 다음 날 광주에 도착해 지인 최모(32)씨에게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도 범죄 연관성이 짙지만 최씨가 사고 당일 오후 9시께 태국으로 출국하면서 입수 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추돌한 것을 알았지만 술을 마신 상태라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진술했으며, 오씨는 "뺑소니 사고를 낸 사실을 들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사이라 대포폰을 빌려줬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 등의 추가 범죄 연루 여부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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