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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시구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날이 개고 승리까지 해 너무 기쁩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복싱 역사상 최초로 여자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화순군청)가 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간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경기 전 양현종의 시구 지도를 받은 임애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답게 마운드 위의 투구판을 직접 밟고 포수를 향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이후 멋진 쉐도우 복싱을 선보이며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기운을 받은 KIA는 선발 투수로 나선 에릭 스타우트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홈런 등을 앞세워 키움을 6-2로 두들기고 승리했다.

임애지는 "KIA에서 시구를 해서 너무 영광이었다"며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가 '야구장에 가기'였는데 시구를 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이뤄 기쁘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경기는 당초 오후 5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챔피언스필드 일대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그라운드 정비가 필요해 1시간 늦은 6시에 열렸다. 시구자로 대기하고 있었던 임애지도 시구가 무산될까 걱정을 했다. 그는 "비가 많이 내려서 경기를 못할까봐 걱정했다"면서 "양현종선수에게 시구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연습했는데 큰일날 뻔했다"고 웃었다. 이어서 "원래 쉐도우 복싱을 하고 나서 시구를 하려고 했는데 양선수가 시구 후에 제스쳐를 취해야 더 폼나고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셔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임애지가 이날 시구자로 나선 배경에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대회 여자 54kg급에 출전해 16강에서 브라질, 8강에서 콜롬비아를 차례로 꺾고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서 한순철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자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복싱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었다.

임애지는 "올림픽 이후 주변에서 많이 알아봐주시고 복싱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듯하다"며 "그전에는 '여자 복싱은 위험하다', '아직도 그런걸 하는구나'하는 느낌이 있었다. 메달을 획득하며 그런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 좋고 응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출전권을 마지막에 획득했는데 그만큼 지친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런데 막상 파리에 가니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한국시간으로도 새벽4시였지만 현지시간으로도 오후10시에 경기가 열려서 상당히 늦은편이었다. 이렇게 늦게 시합을 해본게 처음이라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웃었다.

임애지는 "메달을 획득하고 기뻤던 마음보다는 처음부터 '메달은 내꺼다'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체급을 한단계 낮춘 것을 이번 대회 호성적의 이유로 꼽았다. 지난 2020도쿄올림픽에 57kg급으로 출전한 임애지는 파리에서는 54kg급으로 한 단계 낮은 체급으로 출전했다.

그는 "내가 체구가 작다. 원래 57kg급으로 출전했는데 외국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나를 되게 작게 봤다. 그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는데 어느순간 인정하게 되더라"라며 "다른 선수들에게 덩치에서 밀리다보니까 얘랑 스파링을 하면 몇 대 몇으로 지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보니 조금 더 노력해서 살을 빼고 나가야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54kg급이 체구가 나랑 다 비슷했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귀국한 임애지의 눈은 이제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으로 향한다. 그는 "모든 시합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면서 "파리에서 귀국하며 여기저기서 불러주셔서 바쁘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028년 LA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임애지는 "솔직히 복싱을 언제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복싱이 LA에 정식종목 채택이 안될지도 모르고 되더라도 내가 못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림픽 전에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가 많다. 꾸준히 모든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