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선도할 거점국립대 3개에 선정됐다. 향후 5년간 국비와 지방비 등 5천5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바탕으로 첨단 반도체·미래에너지·AI 분야를 집중 육성하게 된다. 학부에서 대학원, 연구소, 기업 취업까지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역 대학 위기 탈출을 넘어 광주특별시 산업과 인재 지형을 바꿀 중대한 기회다.
이 사업의 성패는 지역 청년들이 더 나은 교육이나 연구,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수도권 집중의 악의 고리는 교육과 일자리 집중이다. 수도권으로 대학을 가고, 지역이 키운 인재마저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기업은 인재가 없다며 지역 투자를 꺼리는, 결핍 재생의 악순환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끊어야 할 고리, 시대적 과제다.
전남대 계획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첨단 융합대학을 신설해 2028학년도부터 첨단 반도체, 미래에너지 학사를 모집하고 석·박사급 고급 인력도 양성한다. 삼성전자와 앰코테크놀로지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도 운영한다. 또 교내 연구소를 통합한 첨단산업융합연구원을 구축하고 대규모 AI 인프라도 갖춘다. 교육과 연구, 취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다.
그렇다고, 대학 하나 바뀐다고 청년들이 지역에 남지는 않는다. 전남대서 세계 수준의 반도체 인재를 육성해도, 정작 일할 기업이나 연구소가 없다면 지역 대학은 수도권의 고급 인력 공급소로 전락한다.
전남대와 광주특별시의 협업 체제가 요구된다. 양자가 기업 유치, 연구개발, 투자 등에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기업은 대학의 연구 성과와 인재를 활용하고 산업 생태계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와 광주특별시의 책무가 보다 크다. 한 대학의 노력만으로 헤쳐 나갈 과제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의료·문화·교육 등 청년들이 가족과 정착할 수 있는 생활 기반은 핵심 필요조건이다. 인재를 키우는 일과 그들이 머물 여건은 동전이 앞뒷면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그 뻔한 서울대 따라하기여선 곤란하다. 필멸의 길이다. 지역 안에서 세계 수준의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5천500억 원에 대한 성과평가가 건물 등 인프라나 배출 인원과 같은 과거의 후진성을 답습해선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인재와 기업, 연구 역량이 광주·전남에 뿌리내렸는지를 평가해야한다. 전남대가 사람과 산업을 지역에 붙드는 앵커기관으로 굳건히 안착해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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