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세력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한 국가폭력의 책임 구조와 실체를 재조명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후속 연구 성과가 공개됐다. 5·18기념재단과 5·18국제연구원이 학술세미나서 발표한 ‘5·18 국가폭력보고서’ 초안은 국가 공식 조사 기구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의 활동 종료 후 민간 학계가 진실 추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이는 국가가 다 채우지 못한 진실의 공백을 메워 흔들리는 오늘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사법적·사회적 기준을 정립하는 중대한 역사적 과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5·18을 ‘우발적 충돌’로 치부해온 전두환 세력의 해묵은 프레임을 완벽히 깨부쉈다는 점이다. 반란군이 계엄기구와 군 인사체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 광주에 공수부대를 사전 배치하고 민간인을 사찰한 기록 등을 통해 오월의 비극이 철저히 기획된 조직적 범죄임을 입증한다. 특히 계엄군 집단 발포가 현장의 임기응변이 아닌, 조직적 의사결정에 의한 ‘군사작전’이었음을 실탄 분배 과정 추적을 통해 밝혀냈다. 또 그동안 단편적 피해 사실 규명에 머물렀던 반란군의 성폭력 문제도 ‘조직적 국가폭력’의 구조임을 파헤치고, 국제인권법상 ‘반인도 범죄’의 법리를 명확히 정립해, 오월 진실의 법적·학술적 외연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흩어진 증거와 증언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해 진실을 전두환 내란 세력의 범죄를 입증해낸 6권의 종합 보고서는 정권이나 정치적 풍랑에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학술 방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우리 사회는 46주년이 된 지금도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지니는 무게가 각별하다. 기록의 가치는 현실의 모순과 싸우는 무기가 될 때 발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역사적 진실을 명명하는 일은 미래의 정의와 직결된다. 자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눈 국가폭력은 시효 없이 단죄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대한민국 땅에 뿌리 내려야 한다. 그럴때라야 5·18이 단순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권력이 국민 생명과 인권을 찬탈할 수 없도록 만드는 미래 세대의 안전장치가 된다.
민간 차원의 연구보고서가 ‘살아있는 정의’를 향한 또 다른 출발이길 기대한다. 10월 발간될 이 보고서가 교육 현장의 교과서로, 세계 민주주의 연구의 교본으로 끊임없이 인용되고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길 바란다. 진실이 살아 움직일 때 오월 영령들의 희생이 비로소 미래의 정의로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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