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을 포함한 전국 3개 권역이 추진하는 행정통합 특별법이 권역별 특성이나 격차를 반영하지 못해 거꾸로 격차를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해 ‘5극3특’ 체제로 비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정작 지역간 격차도 살피지 않고, 재정·권한 이양에도 부정적 태도를 드러내 정부가 진정 균형발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특별법은 지역 간 산업 기반, 인구 감소, 그간 정부 지원 격차 등을 충분히 보전하거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이라는 형식은 갖췄지만, 실제 조문은 지역별 특성에 따른 차등 설계가 전무하다. 통합이라는 동일한 틀 속에 서로 다른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격이다.
광주·전남의 문제는 더욱 분명하다. 이 지역은 역대 산업화 과정에서 배제돼 왔고, 그 결과 기반 미비-경쟁력 약화- 인구 감소라는 개미지옥에 던져졌다. 이는 단기간의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 국가 전략 선택이 만든 구조적 폐해다. 이같은 격차에 대한 보완 장치 없는 획일적 지원과 운영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통합 이후 격차는 줄기는커녕 거꾸로 제도화될 위험성이 크다.
일례로 광주·전남 특별법 총 374개 특례 중 인공지능, 에너지 인허가 등 핵심 119건을 정부가 수용불가로 결정했다. 지역의 미래 산업과 직결된 권한 배제는 구조적 열세를 극복할 최소한의 사다리마져 걷어차 버리는 격이다. 지방에 성장과 성과를 요구하면서 핵심 결정 권한은 중앙이 쥐는 행태는 형용모순으로, 통합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퇴행이다. 출발선이 다른 지역에 형평이라는 이름의 동일한 권한만 허용하는 방식은 너무 후진적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지역은 통합을 계기로 더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구조적 열세 지역은 통합 이후 더 뒤처 질 위험이 크다. 재정과 권한 이양이 빠진 통합은 균형발전의 해법이 아니라, 불균형을 제도화하는 장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은 선언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제도로 명시하는 작업이다. 출발선의 격차를 인식하고도 이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정부는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통령의 철학을 정책으로 완수하길 당부한다. 행정통합의 핵심은 규모 확대가 아니라 권한 배분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특별한 보상’이라는 대통령의 원칙은 특별법 속에 구현돼야 한다. 하여 특별법을 다극체제의 실질적 핵심 동력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