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핵심 전력망 설비가 국가기간망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내 전력 자원의 주체성과 공공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남은 전국 재생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며 '에너지 수도'를 자임해왔지만, 생산된 전기가 수도권 산업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전남 경실련이 전력의 지역 우선 사용 원칙을 법제화하자고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현재 전력 거래 구조는 사업자 중심의 수익 배분 체계로 운영된다. 지역 주민은 발전소 주변의 환경적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그 이익은 기업과 수도권으로 흘러간다.
전국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는 현 체계에서는 전남이 아무리 많은 전력을 생산해도 지역민이 저렴한 전기료 혜택을 받을 근거가 없다. 전남도가 추진중인 '에너지 기본소득'이나 '저렴한 전기료' 등이 법적 근거가 없어 지역민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전력망으로의 통합이 불가피하더라도, 지역의 생산 자원을 지역사회가 우선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분권적 에너지 체계의 핵심 원칙이다. 에너지 자립과 이익 공유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역 발전이 아닌 중앙집중적 수익 구조로 퇴행하게 된다.
정부와 전남도는 전력망 설비 지정과 동시에 '전력 지역 우선 사용 원칙'과 '이익 공유제'를 법·조례로 명문화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민의 복지와 산업에 우선 활용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전남의 전력망은 국가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권리이다. 법제화만이 그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