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동반자, 꿀벌들이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 전남에서만 수십 억 마리의 '꿀벌 실종' 사건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10만 군(群·통), 약 20억∼30억 마리가 사라졌던 2022·2023년이 대표적이다. 군은 벌의 규모를 세는 단위다. 1군은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수벌 1만~3만 마리로 구성된다. 2022년엔 양봉 농가 1천280가구에서 10만887군이 피해를 입었다. 전체 사육군(29만7천931군)의 33%다. 이듬해 피해 규모는 절반을 넘어섰다. 2천42가구, 16만379군(52%)에 달했다.
올해도 심상찮다. 생존 환경이 전례없이 악화되면서다. 지난 5일까지 4만2천667군(576가구)이 사라졌다. 극한 호우와 냉해·폭염 등 극심한 기후변화 탓이다. 통상 일벌은 기온이 15도가 넘으면 활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 겨울 전남권 기온은 변동 폭이 컸다. 이상 고온으로 15도가 넘으면 봄이 온 걸로 착각한 일벌이 벌통 밖으로 나갔다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돌아오지 못한 채 죽었다. 진짜 봄이 왔을 때도 피해를 봤다. 남은 일벌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갑작스런 폭설과 냉해가 찾아오면서다.
꿀벌의 감소는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과·배·마늘·고추·호박·당근 등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작물의 연쇄 피해 우려에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농작물 중 71종이 벌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확량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상품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귀해진 만큼 벌통 매매·임대 가격은 치솟고 있다. 값이 오르면서 예전보다 꿀벌을 많이 사 오지 못한다. 생산비는 오르고 수확량은 줄어든 반면, 불량과 발생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 농민은 한 마리 당 20만∼40만원에 거래되던 여왕벌을 50만원에 샀다고 했다.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급작스런 폭우와 폭염·한파 등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꿀벌 감소에 대해 이상 기후와 함께 밀원수(꿀샘 나무) 감소, 살충제 사용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금벌'이 된 꿀벌의 나비효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4년 더 생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꿀벌이 없다면 인류 역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이라도 멸종 위기에 놓인 꿀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