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안도와 비현실감이 요동치는 몇 시간이었다.
대통령 윤석열이 느닷없이 한밤에 기습 계엄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단다. 쿠데타로, 총칼로 국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았던 전두환도 저 무도한 1980년 계엄 포고령에 쓰지 않았던 '척결'이란 흉포한 단어로 국민을 '적'으로 규정했다. 국민에 대한 '반역'이고 '내란'이다.
국회가 발빠르게 계엄해제를 의결해 '셀프쿠데타'를 '진압'했지만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과 휘청이는 경제의 상흔은 언제 가실지, 어떻게 풀어갈지 알 길이 없다.
국가적 망신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윤 대통령의 '셀프쿠데타'가 '극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고, 영국 BBC는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국 의회를 점거한 사태보다 '한층 심각하게 한국의 민주주의 평판을 손상할 수 있다', '자신의 몰락을 확실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고, 온 세계가 경악했다.
'느닷없는' 계엄, 국회 여의도 상공을 배회하는 헬기, 국회를 침탈하는 중무장한 군인들.
광주시민들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극단의 상황 앞에 현실을 인지 하지 못하는, 생존을 위한 인간본능의 자기방어 기제다.
다른 한편, 군인들 군홧발이 금방이라도 현관문을 걷어차는 듯하고, 엊그제- 44년 전 -처럼 헬기가 광주 상공을 다시 날아다닐 듯도 했다. 1980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 동원했던 제1공수여단이 이번에도 동원됐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힌다. 군인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광주시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1980년 5월 목숨을 걸고 반헌법 세력 전두환 일당에 저항했던 옛 전남도청 앞으로 달려갔다.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오후에는 지역 86개 시민·사회단체거 시국회의를 갖고 민변을 비롯해 종교계·학계까지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정권 퇴진 운동을 결의했다.
충격과 분노, 경악의 목소리가 비명으로 광주·전남을 뒤흔들었다.
'대통령의 즉각 사퇴', '계엄 공모자들을 내란죄로 철저히 수사',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범 윤 대통령 즉각 체포·구속' 등 규탄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국 22개 경실련과 연대 성명에 나섰고,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지역 150여 개 장애인 단체도 휠체어를 이끌고 나와 정권 퇴진 요구 시국선언을 했다. 광주·목포·해남·순천·광양·여수YMCA(기독청년회), 목포와 여수, 광양 지역 시민사회도 각기 시국 기자회견을 열었고, 광주·전남 기자협회도 '5·18 소환한 윤석열은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5·18 피해당사자들은 '전두환 부활이냐'고 격분했고, 노동·법조계, 광주시장·전남도지사, 지방의회도 줄줄이 규탄에 나섰다. "44년 전 계엄군의 군홧발 상흔이 생생한 5·18 유공자단체들은 "전두환의 망령을 깨웠다"며 격앙했다. 5·18유공자 3단체와 기념재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44년 전인 1980년 오월 광주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싸울 것이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도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윤 대통령을 한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법조계도 들끓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고, 광주지방변호사회도는계엄 사태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2024년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분단국가의 숨은 힘을 보여주더니, 대통령 윤석열이 반헌법적인 한밤 기습 계엄으로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 수상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들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반역한 셈이다. 더구나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18을, 국가폭력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은 더이상 국민을 위태롭게 하지 말고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