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광주에서 제28차 민생토론회를 갖고 "민주화의 도시 광주가 첨단기술도시, 글로벌 문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AI·모빌리티로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 도시, 문화로 빛나는 글로벌 문화 허브 도시, 시민이 살기 좋은 활력 넘치는 도시 등 3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AI 인프라 구축 2단계 사업 예타면제,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 그린벨트 규제완화, 간선급행버스(BRT) 구축 지원, 송정비행장 문제 적극 지원 등 새 약속들을 내놨다. 막힌 실타래를 대통령께서 직접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의미가 있다지만 가시적인 비전을 기대했던 지역민들로서는 아쉽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문화로 빛나는 글로벌 문화 허브 도시' 약속들은 이전 정부에서 결정된 사업이나 이미 착공식까지 끝난 사업들을 마치 새로운 지원처럼 발표해 대통령실의 준비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쪽 언론 대부분이 마치 대통령께서 광주에 신규로 수천억원 규모의 문화인프라를 지원하는 걸로 일괄 보도한 지경이다.
이밖에도 AI 영재고 2027년 개교,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육성, 광주-영암 아우토반 등은 모두 2년여전 대선공약 연장으로 재탕, 삼탕된 것들이다.대통령 다짐과 기대만 넘처났다.
그나마 광산구 100만평 규모의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의 '그린벨트 등 입지 규제 완화'와 AI 인프라 구축 2단계 사업 예타면제, 대선 공약중 하나인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간선급행버스(BRT) 구축 등은 이번 민생토론회의 새 약속으로 꼽힌다. 또 뒤늦게나마 "국방부가 전남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광주 송정비행장을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한치 앞을 못 움직이는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에 획기적인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지, 구체적 움직임이 있을지 기대감을 안게한다.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필수의료를 책임질 권역중추병원 육성'약속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광주·전남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권역중추병원을 육성하고, 수도권 못지않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글로벌 문화허브 지원'으로 심각하다. '2027년까지 1181억원을 들여 신축'하겠다는 비엔날레 전시관, 2028년까지 956억을 투입해 상무소각장을 대표도서관 등 복합문화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시켔다는 약속, 국립광주박물관 내 도자문화관도 건립(299억원) 계획 등은 이미 진행된 사업들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지난해 설계도까지 나와 착공을 앞두고 있고, 상무소각장은 지난 2022년 착공식까지 마쳤고, 국립박물관 도자문화관도 지난 2020년 설계공모까지 완료돼 올해 착공식까지 끝났다.대통령실의 무능인지 무책임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광주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시설인 만큼, 투자의 효과를 백분 살릴 수 있도록 광주시와 중앙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광주 5대 문화권 사업 지원'을 약속한 점은 주목할만하다.또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주목된다.
문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아시아문화 아카이빙, 문화 ODA등을 통해 문화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와 소통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은 타 도시나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또한 세계적 문화행사로 자리한 광주비엔날레의 브랜드 파워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가겠다는 건지 정부의 후속조처가 주목된다.
28회를 맞은 민생토론회의 호남 개최는 이번이 세번째다. 당초 지난 3월 광주·전남 공동으로 추진 된 것을 강기정 광주시장이 단독 토론회를 요청해 전남 단독으로 먼저 열렸고, 지난 7월에 정읍시에서 전북지역 민생토론회가 개최됐다.
대통령 민생토론회 후속조처를 주목한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늦은 발걸음에도 대통령의 그간 국토균형발전 강조와 광주에 대한 직간접적인 관심에 기대 특별함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에게는 아쉬움과 실망이 크다.대통령의 균형발전이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 기울어진 운동장 타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광주시도 대통령의 약속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후속대응에 나서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