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상륙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흔들며 트랩을 내려온다. 레드카펫 위에는 환하게 웃는 김정은 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두 사람은 뜨겁게 악수하고 의장대를 사열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환영 인파는 한 손에 성조기, 다른 한 손에 북한 국기를 열렬히 흔든다.”
이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김동기, 2025)를 읽다가 눈에 띄는 한 구절을 옮겨보았다. 트럼프가 과연 평양에 갈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자주 표명한 만큼, 임기 중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에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란을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뜨린 자가 마치 ‘평화의 사도’나 되는 양 김정은에게는 구애를 한다. 과연 트럼프는 누구인가?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지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가? 아니면 국익이라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의 일관된 집행자인가?
트럼프는 지난해 여러 차례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그때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표현을 사용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 선거 유세에서 “북한은 대단한 핵 보유국”이라고 말했고,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도 “북은 이제 핵 보유국”이라고 말했으며,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은 분명 핵 보유국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인가? 우리는 2018년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이 폭파되는 장면을 티비로 보았다. 당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의 비핵화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회담의 의제 역시 북의 체제 보장 요구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조율하는 것이었다. 이어 2019년 2월 27일 열린 하노이 회담에서 북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은 영변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해체할 것을 주문했다. 전용 열차를 타고 66시간을 달려간 김정은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생각해 보자. 핵무기는 나쁜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보다 더 나쁜 무기가 있다. 그것은 “나쁜 사이”이다. 국가 간의 적대야말로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이다. 우리는 인도의 핵무기에 대해 아무 긴장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 않는가? 영국의 핵무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건너편 산의 돌이 나에게 숫돌이 될 수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혜를 가르치는 고금의 진리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3천500개다. 북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기 때문에 “체제 보호를 위한 자위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일각의 여론도 있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본질적 접근은 “적대 관계의 청산과 국교 수립”에 있다.
지금의 세계정세는 ‘중국몽(中國夢)’과 ‘미국 우선주의’의 충돌로 전개되고 있다. 2025년 연초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이 100년 숙적이라면 중국은 5000년 숙적”이라고 발언하였다.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서 북한이 쓸모가 있는가?
2017년 신냉전이 시작되고 미국은 중국이 최대 경쟁국으로 등장하면서 동아시아의 전략적 구도를 새롭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시작했을 때 미국의 엘리트들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깊게 연구한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갈등 관계임을 포착하였고, 중국 견제의 한 축으로 북한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러브콜은 이런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2024년 12월 29일, 뉴욕 타임스는 이런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협상에 성공하면 한반도에 마침내 평화가 오고, 미국은 중국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게 돼 미국에 이익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 한 권을 읽었다. 더운 여름날 나는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읽으면서 독서삼매를 즐겼다. 이상은 나의 독후기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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