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순회경선 중 당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고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거머쥔 역대 진보 진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의미로, 이 후보가 이번 호남권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에도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20대 대선 호남권 경선에서 쓴맛을 본 적이 있는 이 후보는 최근 호남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며 호남 홀대론을 잠재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열린 호남권 경선 정견 발표에 나서 "민주당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했음에도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지금의 민주당이 과거의 민주당이 아니다. 호남 발전의 발판을 만들 설계도가 있다"고 호남 민심에 구애를 펼쳤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어 호남이 이재명을 선택해 네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달라"고 역대 진보 진영 대통령들에게 보낸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호남권 경선에서 88.6%를 득표한 이 후보는 '90%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호남인들께서 (저한테) 더 큰 기대와 책임을 부여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호남 홀대론과 관련해선 "보수 정권의 잘못된 분할 지배 전략으로 호남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는 국가 발전에서 비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지방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권 삼수생인 이 후보의 호남권 경선 득표율 88.6%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20대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유일하게 밀린 지역이 광주·전남이다. 당시 이 후보는 46.95% 얻어 47.12% 득표한 이 전 총리에게 패했다. 이 후보의 광주·전남, 전북 합산 득표율은 50.75%였다.
19대 대선에선 득표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당시 이 후보는 호남권에서 19.4%를 득표해 60.2%를 얻은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20.0%를 기록한 안희정 후보에게도 밀려 3위를 차지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과거와 달리 호남에서 압승한 이유로 민주당이 호남을 수도권 등에 비해 등한시했다는 정서를 일부 해소한 점을 꼽는다.
이 후보는 지역별 순회경선 중 유일하게 호남에 1박2일 일정을 할애하는 등 호남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북에 들려 지역 맞춤 공약을 내세우면서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안일한 태도를 지양하고 치열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해 대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광주·전남 출신이 상당수 포함된 것도 호남 홀대론 불식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결국 호남권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다. 호남 민심이 결국 '될 사람을 확실히 밀어주는' 전략적 투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호남이 이 후보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권 경선 결과는 대권 삼수생인 이 후보를 호남이 확실히 밀어주겠다는 의지다. 호남 발전을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이 후보의 약속을 믿어보기로 한 셈"이라며 "이는 곧 호남 홀대론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호남권 경선 권리당원 투표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제는 이 후보가 발표한 호남 공약을 반드시 지키고, 그동안 호남 소외로 인식됐던 인사 정책을 개선하는 동시에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광주·전남에 대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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