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클릭' 행보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당내 논란이 거세다. 친명계 에서는 "민주당 스탠스는 합리적 보수", "유럽식 기준"이라며 이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반면 비명계 에서는 당 정체성 까지 바꾸려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한 발언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자주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며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데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이 대표 주장이 그간 발언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최근 발언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흐름으로 가겠다는 게 대표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당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관련 상의는 없었다"고 답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같은날 오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지만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데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할 만한 그런 스탠스가 맞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다른 인터뷰에서 이 대표 발언을 두고 "유럽식 기준 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럽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정말 중도보수 정도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동안 해온 행보가 그렇다"고도 덧붙였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민주당은 중도보수가 맞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당 정체성을 공론화 과정 없이 임의로 바꿔서는 안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전날 야권 성향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맡는 게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며 "그래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중도보수'를 주장한 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전통적인 지지층을 넘어 중도·보수층을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일 '실용주의' 성장 담론을 강조하고 있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경제 정책을 내세워 '가짜 우클릭' 공세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도 나왔다. 박지현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냐"며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 역사가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며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 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구체적인 부연 설명 없이 '중도보수'만 부각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산 측면도 있다"며 "당 정체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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