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총 125분에 걸쳐 27개 질문이 진행됐다. 담화 중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국민과 야당 및 여당 일각에서 기대했던 국정 전반에 대한 변화와 쇄신 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장 야당은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건희 여사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고 덧붙였다. 여당내 친한계 에서는 윤 대통령 사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먼저 김건의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외교 관례상 또 국익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판단한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외 활동은 국민들이 다 보시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답변 이었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윤 여사가 국내 활동은 중단하되 해외 순방에 동반할지 여부는 불투명 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인사개입이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의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좀 도와서 어쨌든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게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 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이 세 번째로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하고,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에따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이어 국회에서 재표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기소를 못했지 않느냐"며 "사법작용이 아니라 정치선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 으로 부인 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당선된 이후에 연락이 왔는데 뭐로 왔는지 모르겠다. 텔레그램으로 온 건지, 전화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받은 적이 있다"며 "축하 전화를 받았고, 어쨌든 명 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화 녹취로 제기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고, 누구를 공천 주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당선인 시기) 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거를 꾸준히 보고받아야 돼서 저는 그야말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단순한 당정 문제를 떠나서 초심으로 가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해 갈등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국민을 위해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정부, 가장 유능하고 발 빠른 당이 되기 위해 일을 열심히 같이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며 "(당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같이 하면서 공통의 과업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그런 것을 추구해나갈 때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표가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실·내각 인적 쇄신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도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의 민생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점, 또 미국 대선 때문에 1월 중 (미국)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여기 대한 대응 등이 있어서 시기는 좀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연말과 연초를 기점으로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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