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양파 종자의 대부분 수입산이다. 수입산 중에서도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오랫동안 일본산 종자로 키워서 판매하다 보니 이제는 일본 양파 품질이 국산보다 낫다는 인식이 만연한 상태다. 재배농가는 여러 이유로 일본 종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국산 종자의 확대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 양파 통계자료에 따르면 양파 종자의 수입액은 1천143만달러 수준.
무게는 5만450㎏이다. 이는 2019년보다 금액은 10.8%, 중량은 14.7% 늘어난 수치다. 이 중에 일본산은 556만1천달러, 1만984㎏으로 전체 수입량 중 49%를 차지한다. 이어 216만5천달러, 1만7천738㎏이 수입된 중국산, 11만7천달러, 7천650㎏가 들어온 이탈리아산 순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와 터키, 남아공,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이하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는 실제 우리나라 농가에서 생산되는 양파의 80% 이상이 일본산 종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 품종보다 일본 품종이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는 일본 양파 종자가 확산된 시기는 1970년대로 보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산물의 증산이 목표였기 때문에 종자의 수입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일본 종자를 수입한 우리나라 종묘 회사가 적극적으로 홍보한 데다, 이른바 밭떼기라는 '포점매매' 방식으로 구입하는 양파 중계인들도 일본 종자의 양파를 더 많이 구입했다. 이렇다 보니 농업인들은 모양이나 맛, 저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팔기 쉬운 품종을 선택, 일본 종자가 우세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1992년 작물별 연구소가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쌀 종자의 국산화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서야 양파 등 채소 종자의 국산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양파는 2005년부터 국산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지만 수입 종자의 재배 비율이 월등히 높아 국산 종자 자급률이 20%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다.
현재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가육성하고 있는 품종은 2005년에 개발한 조은볼과 맵시황, 이듬해 개발한 신선황을 비롯해 연신황, 영풍황, 영보황, 경보황, 영미황, 만추황, 대관황 등 매년 1~2 품종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또 심는 시기와 양파 구의 형태, 식감 등에 따라 엄지나라, 스위트그린, 화이트원, 문파이브, 메이원, 토로스, 고올 등 32종에 달한다. 교배용 품종인 '원예 30001'부터 '원예 30016'까지도 개발·보급하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개발한데는 매년 유행하는 양파가 다르고 재료로 쓰이는지, 즙용으로 쓰이는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자색 양파를 찾는 인구가 늘면서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식당에 따라 계란형 양파와 고구마형 양파 등 선호하는 양파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천환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박사는 "국산 양파 종자가 일본산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거나 저장성이 약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 실정에 맞게 육성해 더 재배부터 보관까지 더 우수하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없는 탓에 국산 종자를 권유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 확산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국산 종자 보급이 30%를 넘으면 외국 종묘 회사가 횡포를 부릴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무역마찰이 언제 농산물까지 미칠지 모른다. 종자전쟁을 대비해 자급률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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