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을 뽑는 6·3 지방선거가 다가오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을 대체하는 구조가 이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정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선택이 아닌 추인”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른바 ‘깜깜이 경선’을 언제까지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다. ‘닫힌 경선’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결국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주목받는 이유다.

◆왜 오픈 프라이머리가 등장했나…“정당 독점 깨기”
오픈 프라이머리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정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처음 도입됐다. 정당 지도부의 밀실 공천과 부패를 견제하기 위한 개혁이었다. 이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현재는 개방형, 폐쇄형, 준폐쇄형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는 완전 개방형 경선이 실시된다. 유권자가 정당을 넘나들며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일명 캘리포니아식 ‘탑투 프라이머리(Top-Two Primary)’는 정당과 관계없이 득표 상위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민주당 텃밭으로 손꼽히는 해당 지역에서 경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정책 차별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당원 중심 구조가 강해 오픈 프라이머리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정치 불신과 당원 감소 속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다. 프랑스 사회당은 지난 2011년 대선 후보 선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했다. 약 300만 명이 참여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선출된 프랑수아 올랑드는 실제 대통령에 당선됐다.
영국 역시 보수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 후보 경쟁력을 높였다. 이후 총선에서 성과를 거두며 제도 확산의 계기가 됐다.
이처럼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한 국가, 지역, 정당들은 각각 정치 불신, 당원 감소, 경쟁력 약화라는 위기 속에서 ‘개방’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폐쇄적 구조’, ‘깜깜이 경선’ 논란이 선거마다 반복되는 지역 민주당 경선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전남은 통합특별시 출범과 맞물려 향후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가 가장 절실한 지역으로 꼽힌다. 특정 정당 우위 구조 속에서 경선이 사실상 본선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국민 참여가 현저히 늘어나게 된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아닌 유권자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후보 경쟁력과 검증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대로 도입은 위험?…“한국형 모델 필요”
문제는 부작용도 명확하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역선택’이다. 상대 정당 지지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뽑는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다. 미국에서도 실제로 이런 논쟁은 반복돼 왔다.
특히 개방성이 높은 경선일수록 정당 정체성이 약화되고, 극단적 후보가 부상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대중영합적인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경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이후 경선에서 내부 분열과 조직 약화 문제를 겪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 참여가 늘어난 만큼, 정당 통제력과 책임 정치가 약해지는 역설이 표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특정 정당 지배 구조 ▲고령층 비중 ▲정치 정보 접근 격차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정당 경쟁이 약한 상황에서 이런 지역 특수성을 이용한 조직적 개입이 늘어나면 실제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단순히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당원·일반 유권자 혼합형 구조를 먼저 손 보고 예비경선+전당대회 ‘2단계 방식’, 참여자 등록 및 지지 서약, 경선 데이터 투명 공개, 외부 기관의 관리 참여 등 악용을 방지할 안전장치가 포함된 한국 정치 환경을 고려한 ‘혼합형 개방 경선’ 등이 제시된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선택 가능성을 이유로 제도 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 역시 시민 선택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원과 일반 시민 비중을 5대5로 두는 방식보다 일반 시민 참여 비중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어야 경선의 대표성이 확보된다”며 “호남의 경우 민주당 외의 대안 정당이 부재해 경선이 더욱 중요하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실적인 경선 제도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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